워렌 버핏 투자 노트

워렌 버핏 투자 노트. 메리 버핏.

제목을 보면 워렌 버핏이 직접 쓴 자서전 같지만 저자는 한때 버핏 가문의 가족이었던 전 며느리 메리 버핏이다. 금융위기가 있기 전 2007년도에 출판된 책이다. 워렌 버핏의 투자 격언과 그에 대한 저자의 짧은 코멘트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주식이 답이다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해 알고싶어서 읽었다. 호가창이나 세금 제도가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미국 주식거래 HTS는 호가창을 1단계만 보여준다는 게 신기했다. 그러면 좀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래세가 없는 대신 수익에 대한 양도세를 부과하는 세금 제도가 더 합리적인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보였다. 경제 관련 지표 인덱스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한 챕터를 통으로 할당해 인덱스를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주식은 테마주가 없다고 한다. 대신 실적과 지표에 따라서만 주가가 움직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기계적인 매매만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소개된 지표 인덱스는 깊게 이해하는 대신 간단하게 이런 지표가 있다는 것만 머리에 넣으면서 읽었다. 그러면서 보인 것은 지표의 발표일과 주기였다. 지난 달 혹은 지난 주, 지난 분기의 데이터를 취합해 만든 지표가 이달 말, 혹은 이주 말에 릴리즈된다는 것이 공통점으로 보였다. 관측된 데이터와 배포되는 시점 사이에 공백이 있는데 이 지표를 미리 알 수 있다면 투자 수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이런 간극을 만들어 배포하는 걸까. 책의 제목대로 지표와 실적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미국 주식이 답인 것 같다.

미국 주식이 답이다. 장우석, 이함영 지음

모네, 일상을 기적으로

모네의 그림이 모두 컬러로 싣려있다. 그 그림보다 그림들 밑에 달린 캡션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림의 제목 뒤에 붙어있는 소장 미술관이 정말 다양하다. 그의 그림들은 러쩌다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을까. 그 사연이 궁금해졌는데 이 책에서는 다뤄지지 않아 조금 실망했다. 모네 같은 거장의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한 미술관에서 소장하는 경우는 없겠지만 그의 그림들은 더 많은 곳에 흩어져 있는 것 같다. 파리, 뉴욕, 런던, 모스크바, 도쿄, 그 외 여러 도시레 흩어져 있는 그림들이 마치 그의 유골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림들을 보러 다니러 저자가 팔았을 발품을 생각하니 저자의 열정도 모네의 그것에 모자라지 않아 보인다. 모네의 삶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그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에 쓰인 종이의 질이 좋아서 이 책이 더 좋다.

모네의 그림을 바로 앞에서 보면 스르르 잠들어버릴 것 같다.

모네, 일상을 기적으로. 리영환 지음.

진주 귀고리 소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보고 또 봐도 처음 보는 듯 빨려든다. 실제 작품을 보면 어떤 느낌일일까.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가게 된다면 이 작품을 가장 먼저 보고싶다.

트레이시 슈발리에 작가의 장편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는 이 작품 속의 여인이 페르메이르와 만나 그가 작품을 그리고 죽기까지의 시간이 담겨있다. 작가가 서문에서 밝히길 시대배경만 빼고 모두 상상력으로 썼다고 한다. 실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속의 여인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난 이 소설의 상상력이 너무 좋다. 다락방과 통하는 화실에서 화가 페르메이르와 그의 작품속 모델인 소설의 주인공이 단 둘이 있을 때의 분위기가 야릇하고 관능적인데 넘 아름답게 보인다. 마지막 장면도 넘 좋다. 어느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이 되어라 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스토리도 넘 좋다.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빌리에 작.

내일은 피카소 그림을 보러 갈 계획이다. 그의 실제 작품이 전시된다고 한다. 그림을 보는 것 자체가 좋다. 때때로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다. 초등학교 이후로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 분명 내 팔과 손은 그때보다 퇴보했을 것이다. 책을 반납하고 빌려오는 길에 요즘들어 화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한 블럭에 한 두 곳은 화실이다. 요즘들어 는 것인지 원래 그런 건지 모른다. 간혹 ‘성인반 모집’이라고 써붙인 종이가 보이면 가만 멈춰 바라본다.

봉제인형 살인사건

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를 주인공으로 진행되는 수사물.

범인의 살인 예고 리스트로 떡밥을 던지지만 수사 진행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고 결말이 넘 허무하다. 작가가 쓰기 전부터 영화로 만들어지길 원한 것 같다. 등장인물의 동선이나 장면 묘사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디테일하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정주영 작가.

이런 거에도 각주를 달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각주가 많이 보인다. 물론 일일이 하나하나 각주를 찾아보진 않았다. 그런 각주 번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공격했으면… 하는 것과 자료조사를 정말 철두철미하게 하려고 애썼구나. 하는 생각.

이 책에는 특별한 성취를 이룬 수많은 사람의 삶이 소개된다. 그들 중 대부분이 어릴 때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거나 학습장애가 있었다고 알려졌거나 기존 체계에 적응하지 못 했거나, 인정받지 못 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성취와 성공의 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에 대한 답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그가 찾아낸 답은 ‘신호’와 ‘이해’다. 나쁜 신호를 거르고 좋은 신호에 귀기울이면서, 한 분야에 오래 그리고 깊게 몰입하고 이해하는 것이 비밀이라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신호는 자기 주변에 어떤 사람을 가까이 두거나 멀리 두느냐의 문제인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거리는 물리적이 아니라 심리적도 될 수도 SNS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신호를 잘못 해석해 자신에게 좋은 말만 들으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신호의 편취와 깊은 이해의 힘은 어린 시절에 더 큰 힘을 쓰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많이 읽어야 할 것 같다.

애필로그는 일부 천재들의 특별한 사례를 일반화한 것이라는 공격에 저자의 가족과 자신의 삶으로 방어하는 것 같다.

제인 에어 (시공주니어 출판)

제인 에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제인 에어>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께를 보고 놀랐다. 이렇게 두꺼웠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900페이지 정도 됐다. 옛날 소설이지만 무난히 읽혔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빨려들었다. 제인 에어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해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가장 궁금한 건 제인 에어가 누구와 결혼할지, 아니면 아무와도 결혼하지 않을지였다. 세인트 존은 정말 이기적으로 보였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소명을 위해 아내가 되어 달라니! 로체스터도 마찬가지로 보였지만 그에겐 연민이 느껴졌다. 에어가 그와 결혼해 주길 바랐다. 나에겐 에어가 손필트 저택을 떠날 때가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였고 최고의 장면으로 꼽고싶다.

제인 에어가 로쳇스터의 청혼을 거절하고 손필트 저택을 떠나기로 결정한 근거

로체스터처럼 나도 한밤중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간절히 불러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도서관 문학 서가에 꽂혀 있어서 소설이겠거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소설이 아니었다. 좀비를 대하는 저자의 마음이나 태도가 너무나 진심이고 진지해서 이 책을 심심풀이나 재미삼아서 읽는 내가 죄의식 같은 게 느껴질 망정이다. 절반 넘게 읽었는데 도저히 끝까쟈 읽진 못하겠다. 뭔가에 미친 덕후라면 이정도는 돼야겠구나 하는 반성까지 하게 만든 이 책 저자의 덕력에 경의를 표한다.

좀비를 소재로 영화나 소설 같은 창작물을 만들 예정인 작가에게는 이 책은 아이디어의 보고가 될지도 모르겠다. 읽다보면 ‘좀비 영화를 이렇게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번식이 가능한 좀비라든가, 개미나 벌처럼 집단 사회를 이룬 좀비 떼라든가 같은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별점: ⭐⭐

한줄평: 뭔가에 미친 덕후라면 이정도는 돼야겠구나

2021. 3. 20. 이번주에 읽은 책

신이 찾은 아이들. 존 불 다우 , 마이클 S. 스위니 지음

수단 내전으로 난민이 되어 미국 국적을 얻게 된 저자의 자서전. 저자가 살아온 스토리를 보면 소설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수많은 생사의 갈림길과 굶주림을 이겨온 그의 삶을 보면 그가 말하는 ‘신’이 ‘건저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난민ㅇ으로 인정받고 미국에 정착하는 데 성공하기까지 UN과 미국의 지역사회와 교회의 도움이 컸다고 그가 인정한다. 그런데 이 책에 번역된 ‘신’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인 것 같은데 역자는 왜 신으로 번역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20여년 전 주인공이 10대 때 저지른 완전범죄 살인 사건과 실종 사건에 대해 누군가가 협박한다. 그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시점으로 사건의 실체를 제구성해가는 스릴러다. 반전이 많다. 인물의 시점이 바뀔 때마다 그런 게 아니고 사실은 이런 거였어 하는 식의 반전. 그러다보니 작위적이다 싶은 부분이 있고 읽는 데 좀 지친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려주지 않는 듯한 열린 결말로 다 읽고나서도 찜찜하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천문학자가 쓴 에세이집. 밤하늘의 별을 보는 시간보다 관측자료를 보며 씨름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고 한다. 별을 본다고 하면 왠지 낭만적이거나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데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겐 그럴 수 없다는 게 보인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다가 코킅이 쌔해질 때가 많았다. 천문학자는 우주를 영원히 짝사랑해야 하는 사람 같다. 가닿지도 못하는 별과 행성을 사랑해 평생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할 수 있는 자질이 천문학자의 제 1 덕목일 것 같다. 별 보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