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5. 다섯째 아이

부부에게 다섯째 아이가 태어난다. 그런데 이 아이가 좀 이상하다. 신체와 정서 발육이 ‘정상’적이지 않다. 이 아이를 두고 부부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보호시설로 보낼지 말지를 상의한다. <다섯째 아이>의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평범한 가정에 발달장애나 지적장애 아이가 생기면 그 가정이 부부는 어떤 걸 겪고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그중 아이의 엄마가 당하는 고통이나 죄책감, 상실감 같은 걸 알게해준다. 신혼 부부가 10명이 넘는 자녀를 낳기로 계획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 4층짜리 대저택을 사서 사는 건 지금으로선 평범해 보이지 않지만.. 평범한 기정에 장애를 가진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암튼 그런 이야기다.

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우리 엄마 아빠도 내가 태어나면서 이런 일들을 겪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린 아이를 멀리 떨어진 곳에 맡기고 그렇게 살기까지 어떤 감정으로 사셧을지 하는 생각과.. 내가 누군가와 결혼하게 된다면 그 사림에게도 그런 삶과 같겠지 하는 생각.. 나는 하루에 최소 두 번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다. 밤에 잠들기 전과 아침에 일어난 후, 두 번 육체의 기본적인 욕구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때마다, 누가 나와 살겠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돼 하는 마음은 도통 꺽이지 않는다. 난 어쩌면 좋을까. 정말 꿈돌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데. 꿈돌아 정말 많이 사랑해.

2021. 10. 16.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소설가는 천성적으로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날 소설이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나는 이걸 일종의 하나님의 계시 같은 거라 생각된다. 그전에는 소설을 쓰고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러기 위해서 글쓰기 연습같은 걸 한 적도 없다고 한다. 그렇게 쓰게된 첫 작품이 문학상을 받고 지금의 대문호가 된 걸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작금의 인기작가가 되고 소설가로 오래 유지할 수 있게 한 것은, 돌아갈 수 있는 퇴로를 없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부터 아내와 꾸려왔던 가게를 정리하는데 소설 쓰기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한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룬 위인들에게 있는 공통점 중 하나다. 해보고 안 되면 돌아가지 식으로 양다리를 걸치곤 성공을 바라는 건 기만이자 욕심인 것 같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AI 개발자 양성 교육에 수강등록했다. 접수 후 이틀이 지나도록 연락이 안 와서 전화 통화를 했다. 담당자에 의하면 접수는 확인됐는데 아무런 연락이 안 간 건 좀 이상한 일이라 했다. 나는 실무자가 실수로 누락했거나 뭔가 착오가 있었을 거라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런데 나중에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나이가 많아서 잘렸나, 장애가 있어서 잘렸나 같은 아무 쓸모없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회사를 퇴사했을 때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자소서에 도망치듯 마지막 회사를 그만뒀다고 썼는데 관용적인 의미와 명시적 의미가 모두 포함됐다. 그땐 그렇게 그만두지 않으면 못 그민둘 것 같았다. 회사가 안 놓아줄 것 같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이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인 보였고 다른 데 가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갖게된 건 모 포털회사의 장애인 개발자 채용 서류에서 탈락한 이후부터였다.

2021. 10. 2. 동네 도서관 오가는 길

도서관 오가는 길에 있는 어느 집 감나무에 감이 열렸다. 지나가며 볼 때마다 이 집이 좋아 보인다. 아마무시하게 비쌀 것이다. 적어도 수십억은 호가하겠지. 감은 맛있응까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니간다. 서울시내에서 이런 집에서 살고싶지만 지금은 능력이 안 된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지 모르는 일이다. 내가 산 주식은 사자마자 연일 마이너스권이다. 다음주엔 손절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단독 주택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감나무

미술학원 앞엔 새 그림이 걸려 있었다. 문이 열려 있어서 안을 몰래 구경했다. 한 교습생 이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부랴부랴 도망쳤다.

교습생이 그런 것 같은 그림..

도서관에 가면 매번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간 책이 보인다. 그걸 또 그냥 두고 못온다. 왜 그런거지?

고양이는 알고있어. 박현숙 글. 지우 그림.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양정무 지음..

쉽고 재밌게 읽혔다. 두꺼운 편이지만 그림과 사진이 많아 완독하기 어렵지 않다. 시리즈로 구성된 첫 번째 책으로 선사와 고대 시대 미술을 다룬다. 그 시대 미술 작품이나 도구 같은 걸로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려주는 데에 많은 분량을 쓴 것 같다. 서양 주류 학자의 관점이 아닌 본토 사람의 시각으로 작품을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보다 기술 문명이 덜 발달했을 뿐 고대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똑같구나 생각하다가도 고대 무덤 문화를 보면 지금 우리 인간과 다른 종족 같기도 하다.

2021. 9. 25.

요즘 낚이는 책들이 전부 우울하다. 그중 김애란 작가님 소설집 <비행운>은 정점이었다. 싣린 작품이 하나같이 우울했다. 주인공, 서사, 분위기 모두 그랬다. 지금껏 쌓아온 공든 탑이 쓸모없어졌거나, 나름 성실한 삶을 살아왔는데 이전보다 좋은날은 없을 것 같은 때를 살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군가에게든 이런 때는 찾아오기 마련인 것 같다. 그때의 무게감이나 절망감은 다 다르게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이런 걸 잘 보려준 작품들 같다. 김애란 작가님 글이 넘 좋다.

김애란 소설집. 비행운.
자살 토끼

그림책 제목으론 과격해서 빌렸다. 아동용 도서로 이런 책도 나오는 시대를 살고있다.

불안의 주파수. 청소년 소설집

10대, 20대,30대 할 것 웂이 모두가 불안하지만 체감하는 정도로 따지면 10대와 20대기 가장 큰 시기일 거란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갖게됐다. 이 책에 싣린 착품들의 호불호는 각 달랐다. 이 책을 엮은 기획의도엔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어 좋은 별점을 주지 못했다.

2021. 9. 9.

가래떡과 라떼

뭔가 궁합이 안 맞을 것 같은 가래떡과 라떼. 요즘 점심은 이렇게 때운다. 맛있진 않지만 가래떡 두 개는 끼니는 해결할 수 있다. 먹는 거엔 그닥 욕심이 없어서 집에 있는 거 아무거나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씩은 맛있는 게 땡긴다. <오무라이스 잼잼>을 읽고있으니 방금전에 먹었는데 배고프다.

어무라이스 잼잼. 조경규.

만화책이다. 온갖 음식과 식재료의 유래나 레시피를 육아일기와 엮어낸다. 먹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보거나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주를 차지하지만 희귀한 중국 먹거리도 있다. 작가 가족이 중국에 거주할 때 쓴 것 같다. 도서관에 가면 이 책이 최근 반납한 책을 모아둔 서가에 항상 보인다. 얼마나 재밌길래 인기가 많을까 싶어 한 권만 빌렸다. 시리즈로 10권이 넘는다. 만화책이라 쑥쑥 넘겨보는 재미는 있는데 배가 고파진다.

2021. 8. 18.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 지이.

제목이 눈에 띄어 빌렸다. 뭐 대단한 비법이라도 있을래야. 하는 미심쩍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역시 그랬다. 저자가 이 글을 쓰고 책으로 내기까지 어느정도 용기가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게을었던 때의 생활 패텀과 습돤, 심리상태를 가감업이 보여준다.

불가리 기획전 굿즈 에코백

당근마켓으로 이 에코백을 5000원에 팔았다. 구매자는 여자 분이었다. 곱게 접은 상태로 드렸는데 펴보지도 않고 5000원을 주고 가져 가셨다. 에코백 수집가이신가. 내가 넘 싼 가격에 팔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잠자는 숲.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대척점에 서있는 것 같다. 특별한 사건과 스토리를 평범한 이야기처럼 읽게 쓰는 재능이 그에게 있는 것 같다. 편들 수 없을 것 같은 인물인 것 같은데 읽다보면 그를 편들게 된다.

잠자는 숲. 히가시노 게이고

일 센터 첫 번째 이야기

저자의 연령대와 성별을 가늠하기 어렵다. 어떤 글은 연륜이 있는 어른이 쓴 것 같고 어떤 글은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땐 신참 같다. 성별도 그렇다. 남자가 쓴 것 같기도 여자가 쓴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게 뭐가 중요한가. 좋은 글이면 됐다. 평범한 삶속의 보편적 진리를 일상의 언어로 잘 쓴 것 같다.

일 센티 첫 번째 이야기. 김은주 글.

글 반 그림 반인 책인데 그림도 좋았다. 그 중에 모델처럼 키크고 늘씬한 여자 캐릭터는 정말 내 이상형의 외모다. 책 속에 하이힐 구두에 관한 글과 그림이 많이 나오는데 저자가 남자라면 취향이나 이상형이 나와 비슷할 것 같다.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짐 로저스가 작년에 낸 책이다. 미래에 대한 예견보다 저자의 과거와 그의 세계관이나 생각들에 대해 많이 알게됐다. 그것들 중에 나의 관점과 다르고 동의할 수 없는 몇몇은 나를 놀라게 했다. 그렇긴 해도 돈에 관해서나 세상에 관해서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 쓴 책이다.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 짐 로저스.

요즘 도서관에 가면 돈에 관한 책이 먼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