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0. 퀸스 갬빗

한 소녀가 체스를 처음 배울 때부터 전세계 1위 체스 플레이어를 발라버릴 때까지의 과정을 담은 성장 서사다. <퀸스 갬빗>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기반한 전기라고 한다. 체스 플레이 방법을 몰라도 보는 데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나는 체스 말이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정도만 알고 있는데 그런 건 서사를 이해하는데 별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주인공이 양부모에게 입양되면서부터, 고아원에 남아있던 흑인 친구와 수위 아저씨가 언제 나올지가 넘 기다려졌다. 나중에 수위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되고, 원장 선생님의 재등장을 볼 땐 울컥했다.

체스 대회나 체스 플레이 씬마다 체스 판과 말이 달라진다. 같은 듯 보이지만 어딘가 달라 보였다. 내가 본 바둑판과 알이나 장기판과 알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았는데 체스판과 말은 모양새와 크기가 다양하단 걸 알게 됐다. 주인공의 환각으로 천장에 보이는 채스판과 말도 <퀸스 갬빗>의 한 캐릭터로 보였다.

주인공이 중독되는 알약이 뭔지 되게 궁금하다.

주인공이 성인이 된 이후로 한 번도 바뀌지 않는 끝을 말려올린 빨간 단발 헤어 스타일은 마치 <퀸즈 갬빗>의 대표성처럼 각인된다. 주연을 맡은 인야 테일러조이도 그렇다. <퀸즈 갬빗>=빨간 단발머리의 인야 테일러조이로 기억될 것 같다.

퀸즈 갬빗 2020

기억에 남는 대사는 “Choices have consequences.”.

<퀸즈 갬빗> ★★★★

2021. 2. 10. 헌트(2020)

<헝거 게임>이나 <메이즈 러너> 같은 분위기로 시작해 <올드 보이>의 감정으로 달린다. <올드 보이>의 감정이라 함은, 나한테 누가 왜 그랬어? 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빡침과 울분 같은 것. 그에 비해 결말의 답은 좀 허무하다. 그 과정에서 거듭되는 인물의 반전이 재밌다.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인물이 알고보니 적이다. ‘내 편이 아니었네. 그럼 죽어줘야겠어’가 n번 반복된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죽는다. 후반부 두 여배우의 액션은 우리나라 영화에서 배운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집안의 시설과 도구를 활용한 액션 연기가 보는 사람에게도 타격의 통증이 전달된다. 맞거나 부딪칠 때마다 ‘ㅈㄴ 아프겠다’같은 관객의 리액션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액션을 ‘한국식’ 액션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헌트 2020

마음의 평온을 찾으니 글이 써진다.

<헌트>(2020) ★★★

2021. 1. 28.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대리로 진급하려고 토익 공부를 하던 고졸 여사원들이 회사의 불법 행위를 목격하고 조사하기 시작한다. 소시민 여성 캐릭터가 거대한 조직의 환경 범죄의 진상을 조사하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서사는 <에린 브로코비치>와 닮았다. 일종의 사회정의 구현 서사다. 그런데 보다보면 고아성(배역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이 왜 저렇게 열성적으로 개입하려는지 납득이 잘 안 된다.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저 큰 일을 벌인다고? 저걸 빌미 삼아서 진급이라도 하려는 걸까? 여하튼 어지간한 정의감과 애사심이 아니고선 저런 열정이 나올 순 없다. 영어로 시작해 환경 문제, 끝에는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뭔가 중심이 없는 느낌이다.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은 ‘영어’가 주재료인듯 보이나 그렇지 않다. 영어는 양념이다. 양념도 그냥 양념이 아닌 맛이 진한 양념이다. 요리 맛의 8할을 양념이 책임진다면 이 영화의 영어도 그렇다. 지금은 잘 들을 수 없는 영어 발음을 들을 수 있다. 8,90년대를 학생으로 보냈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연세 많으신 영어 선생님의 일본식 영어 발음을. 삼진그룹 여사원들이 그 발음으로 영어를 말한다. 일본식, 한국식, 미국식 영어를 한 영화 안에서 들을 수 있다.

출연한 까메오의 존재감은 조연 배우급이다. 눈에 띄어서 화면에 나타날 때마다 분위기가 환기된다. 타일러와 박근형 선생님이 그랬는데. 지금 찾아보니 타일러는 조연 배우로 나온다. 타일러, 까메오로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90년대 어른들의 스타일과 사무실 풍경을 볼 수 있다. 여직원들의 유니폼이나 사복 패션, 헤어 스타일을 보면 어떻게 저런 스타일이 유행이었을까 싶다. 사무실 풍경에서 눈에 들어오는 건 소품들이다. 볼룩이 모니터나, 유선 전화기 같은 유물을 최신식 신문물로 쓰고 있던 시대라니.. 그중에 눈에 더 들어온 건 삐삐와 공중전화. 그리고 더 이상하게 보인 건 아침마다 여직원이 커피를 타다 바치는 게 업무의 시작이라니. 지금으로선 상상을 할 수 없는 사무실 풍경이다.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

2021. 1. 26. 에밀리, 파리에 가다

감독이 넷플릭스 돈으로 파리 덕질한 것 같다. 파리의 예쁜 것만 보여준다. 프랑스 관광청이 제작비를 댔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미국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에밀리가 어쩌다 파리로 파견 근무를 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스토리다. 프랑스어를 봉쥬르 말곤 아는 게 없다는 걸 놀림감과 유머로 이용한다. 천하의 미국 엘리트 시민권자도 촌뜨기로 만들어버리는 파리의 콧대 높음이란 대체..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패션쇼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이 입고있는 옷이 넘 눈에 띈다. 그런 옷들이 매 씬 바뀐다. 촬영 시간의 상당 부분이 배우들이 옷 갈아입는 데 쓰였을지 모르는 일이다. 의상 담당자가 열일한 게 보인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

2020. 9. 14. 삼국지

어제부터 중드 <삼국지>를 보기 시작했다. 지금 10화까지 달렸다. 전개가 넘 느린 것 같아서 총 몇 화인지 확인하고, 이걸 언제 다 보라는 거지? 하는 느낌. 러닝 타임은 대륙 스케일. 근데 스파르타쿠스 보고 이거 보면 액션이 애들 장난 같아 보인다.

스파르타쿠스

  1. <스파르타쿠스 시즌1>을 3일 동안 정주행했다. 첫 화를 보고나서 바로 2화를 안 볼 수 없었고 그 다음 화, 그 다음 화 계속 보지 않을 수 없게 스토리를 끊는 악마의 편집이란 이런 것. 피 철철 뿜는 난도질에, 모가지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따는 장면이 수없이 나오고 섹스신도 적나라하다. 오래전에 공보의하던 한 아는 동생이 보라고 강추해줬는데 이제서야 본 <스파르타쿠스>. ㅈㄴ 재밌다. 이제 시즌2를 달리자. 기억에 남는 대사는 Kill them all. <왕좌의 게임>에서 Winter is coming., John snow You know nothing. 같은 대사.
  2. fetch API가 있는지 오늘 알았다. xhr만 알고 있었는데 진작 알았으면 코딩이 좀더 편했을 텐데. fetch API가 2015년에 공개된 걸로 나오는 걸로 보아 내가 오래 쉬긴 했다.

이거 나만 그런가?

앉아서 넷플릭스를 보면 눕고 싶다.

누워서 보면 재미있든 말든 매번 잠이 온다.

잠에서 깨면 영화는 끝나 있고 시리즈물은 몇 화가 건너띄어 있다.

시청자가 보다 잠들면 알아서 재생을 멈춰주는 로봇 같은 게 필요하다.

안구를 주시하고 있다가 눈이 감긴 채로 몇 분간 지속되면 잠든 걸로 인식하고 TV든 뭐든 꺼주는 거지.

이거 만들면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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