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쉬 안 한다고 관심이 없는 건 아니야

한 사람에게 몰입하기가 어렵다. 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 지금 당장 만날 수도 없고 만일에 있을 후폭풍이 무섭다. 그리고 기다리는 게 힘들다. 언제 만날 지 모르는 사람을 온라인으로만 보면서 기다리기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한테 관심을 보인다. 이름하야 어.장.관.리. 이것도 넘 피곤한 일이다. 우리는 입학한 신입생이 싸강에서만 보고 실제로 한 번도 못 만난 사이 같다. 관심은 있는데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이 사람이다 하는 확신은 없는 사이. 그리고 날 주저하게 하는 건 나이 차. 스물 이상의 나이차는 나 역시 부담스럽고 죄짖는 것 같다. 아직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해야 할 나이에게 청혼이라니!


진상남이 깨트린 평화로운 일요일

동네에 얼마 전 새로 개업한 까페에서 라떼를 먹었다. 맛은 고만고만했다. 동네 까페치곤 공간은 넓은 편이었다. 출입문에 턱이 없어서 들어갈 수 있었는데 테라스도 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좋았다. 문제는 음악 선곡과 진상 손님이었다. 음악은 가사가 있는 노래를 큰 음량으로 틀어놨는데 스피커가 고컬이 아니어서 듣기에 좋지 않았다. 내가 갔을 땐 손님이 나 혼자였다. 음악은 노이즈 수준이었지만 손님이 없어서 조용해서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기에 불편은 없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고 진상 손님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일행과 함께 온 그 남성 손님은 술에 취해 있었다. 목소리가 커서 까페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술 취했으면 집에나 가지, ㅈㄴ 시끄럽네. 라고 누가 말해주길 바랐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나말고 손님은 진상남 일행을 제외하면 여고생으로 보이는 학생 한 명 뿐이었다. 게다가 그 진상은 까페 여주인에게 추파를 던졌다. 여주인은 50대 정도 돼보였고 진상남도 50대 정도로 보였다.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고 곧 종료되고 진상남과 일행은 까페를 나갔다. 스타벅스엔 몇년을 죽쳐도 이런 일은 한 번도 못 만났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건가. 까페 주인 입장에서도 매상을 아무리 많이 올려줘도 진상남은 안 오는 게 이익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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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정리하다가 나온 것들

책상을 정리했다. 버려야 할 것들을 버렸다. 그중에 내가 이건 왜 안 버리고 놔둔거지? 하는 것들과 버리긴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들을 엄선(?)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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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팝의 퍼즐놀이. 교회 앞 슈퍼에서 아는 동생이 사 준 장난감. 내가 고르고 돈은 그 친구가 내줬다. 매주 먹을 걸 사 주는 고마운 친구다. 이건 껌이 메인이고 퍼즐 놀이 장난감이 사이드인 줄 알고 샀는데 장난감 안에 껌이 있는 격이었다. 가격은 1천원 안팍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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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립하면 팽이가 된다. 한때 초딩들 사이에 팽이가 대유행이었다. 조카 주려고 산 건 아니다. 이걸 내가 왜 샀는지 모르겠다. 가격은 1천원 안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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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명품도 아니고 브랜드도 모른다. 손목시계를 차고싶어서 샀다가 몇 번 안 차고 방치했다. 지금 보니까 침이 안 움직인다. 가격은 3~4만원대였던 걸로 기억된다. 예쁜 시계를 보면 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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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영화 굿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을 보고 받았다. 박소담이 예상하지 못한 공간에서 귀엽고 때론 무섭게 튀어나오는 영화로 기억된다. 한 때 이런 영화 굿즈 수집이 취미였다. 그런데 수집은 잘 해도 정리 보관은 잼병이어서 모은 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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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우스에 들어가는 베터리다. 다 쓰고 방전됐는지 아직 안 쓴 새 베터리인지 모르겠다. 이럴 때 혓바닥에 갖다 대보면 알 수 있다던데 그냥 보관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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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근육통이 있을 때 붙이는 파스다. 유통기한을 보고 조금 놀랐다. 몇 달 전에도 어깨가 아파서 이 파스를 붙였는데 유통기한이 2015년 9월까지인 걸 이제 봤다. 탈 안 나면 다 약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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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삼일교회 주간지 <예스31> 2019년 마지막호다. 역시 책상정리 인터벌이 증명된 꼴인가. 이건 휴지통으로 직행했다. 교회를 몇 주 안 가서 최근호는 보지 못했다.


책상 위가 넘 지저분해

책을 떨어트렸다. 이런 일로 빡치는 일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썅 왜 그래? 하면서 내 손을 야단치는 정도다. 그다음에 그래. 손이 잘못했네. 잘못했어. 하면 상황 종료. 내일 아침에 엄마나 도와주시는 분이 주워주시기 전까지 책은 바닥에 있으면 된다.

책상을 보니 넘 지저분하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건 책상 어지르기이지 싶다. 책상 정리를 해야할 타이밍이다. 책상은 대략 한달이 못 돼 지금의 상태로 복귀되지만 이 상태로 계속 두다간 책상 위에 빈 공간이 남지 않는 날이 머지않아 오고야 만다. 책상 정리는 다른 사람에게 잘 맡기지 않고 내가 하는 편이다. 책상은 다른 사람 손 타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하려니까 귀찮다. 내일 하자. 벽에는 내가 못 본 영화 <숀더쉽: 꼬마 외계인 룰라> 포스터가 붙어있다. 영화 보러 극장에 가고싶다. 극장 안 간 지 거의 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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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일 축하해요

4월 16일은 엄마의 생일이다. 이제 생신이라 써야 할 나이가 되셨는데 아직 입에 붙지 않는다. 그런 생각에 조금 서운해진다. 엄마는 언젠가부터 케잌에 꽂힌 초의 수에도 신경쓰지 않으신다.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과 엄마의 생일이 같은 날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조촐한 축하가 더 조촐해진 기분이다.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엄마를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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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나만 그런가?

앉아서 넷플릭스를 보면 눕고 싶다.

누워서 보면 재미있든 말든 매번 잠이 온다.

잠에서 깨면 영화는 끝나 있고 시리즈물은 몇 화가 건너띄어 있다.

시청자가 보다 잠들면 알아서 재생을 멈춰주는 로봇 같은 게 필요하다.

안구를 주시하고 있다가 눈이 감긴 채로 몇 분간 지속되면 잠든 걸로 인식하고 TV든 뭐든 꺼주는 거지.

이거 만들면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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