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내가 주식을 하나도 모른다고 했지만 어느정도 아는 것도 있다. PER, ROE, 등 같은 기본적인 개념은 오래전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할 때 익혔다. 주식 투자 관련 책들도 몇 권 읽었는데 그 중 한 권은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버신 시골 의사 선생님이 쓴 <주식이란 무엇인가>다. 깨나 두꺼웠던 걸로 기억된다.
여러 책들을 읽고 실제 해보면서 느낀 건 주식이 책에 쓰인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사람마다 하는 말들이 다 같지 않더라는 것. 분명 수치적으로 볼 땐 저평가된 종목인데 하락하거나, 고평가로 보이는데 올랐다. 왜 그런지 알 길이 없었다. 큰 돈 가진 누군가가 내리고 싶으면 내려가고 올리고 싶으면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일을 잠깐 쉬는 한 달 동안 리딩방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 한달에 10여만워을 내면 매수종목과 매수/매도 타이밍을 방송으로 알려주는 서비스였다. 실시간 방송을 보는 회원수는 대략 100여 명이었다. 한 달 후에 탈퇴하고 다신 이용하지 않았다. 난 방송에서 알려준 종목을 매수가 근처에서도 살 수 없었다. 손이 느려 다른 회원이 다 산 뒤에 더 높은 가격에 사버리거나 포기했다. 다시 혼자서 이것저것 단타(대개 사나흘 간격)로 거래해보면서 수익과 손해를 반복했다. 그러다 다시 이직에 성공해 주식을 장기 보유하게 댔는데 마지막으로 거래한 두 종목이 우진세렉스와 한창제지였다. 우진세렉스는 플라스틱 사출기를 만들어 파는 회사로 미래가 유망해 보였고 한창제지는 앞으로 종이/목재 쪽이 유망해 보였고, 당시 매우 매우 저평가돼 보였다. 그런데 우진세렉스 주가는 오르고 한창제지 주가는 내려갔다. 그때 나는 조금(대략 10%) 오른 종목은 팔고 그 돈으로 많이 내린 종목을 더 샀다. 그런데 그이후로도 오르는 종목은 더 올랐고, 내린 종목은 더 내려갔다. 그러면서 알게된 건 수익중인 빨리 팔면 안 된다는 거였는데, 지금 내 상황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주식은 힘과 돈 있는 사람들에 의해 오르고 내린다. 작은 개미는 그 사람들의 등에 올라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