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4. 한강 사색

가끔 엄마에게 어릴 때 같이 지냈던 형, 동생들의 근황을 전해 듣는다. 누군 결혼해서 어디서 산다더라 같은 근황이 많지만 안 좋은 근황도 간혹 있다. 엊그젠 후자였다. 안타까웠다. 어릴 땐 나보다 장애 정도가 나았고 집안도 꽤나 부유했는데 왜 지금 그렇게 됐을까.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많이 안타까웠다.

무엇이 다른 미래를 만들었을까?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거나 잘 한 건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해보다가 한 생각이 떠올랐다. 지난 토요일 한강에서 추위에 떨면서도 어릴 적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아마도 11~2살) 때 어버이날 숙제로 엄마나 아빠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 내용은 엄마도 예수님 믿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렇게 쓴 건 나 뿐이었고 지금까지 교회에 연을 닿고 있는 것도 나와 우리 가족 뿐이다. 아직 기억이 나는 건, 그 편지로 우리 가족이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것 때문에 내가 잘된 걸까. 지금 내 상태가 가족이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만하진 않지만.. 어릴 때 내가 잘한 건 이것 뿐인 것 같다. 이거 하나로 미래가 달라진 건 아닐테다.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든다.

교회에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모태신앙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한다. 사실은 엄마가 나보다 늦게 예수님을 믿었지만, 난 내가 의식할 수 없던 때(아마도 만 2~3세)부터 교회에 갔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태신앙이라 해도 틀린 건 아니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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