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 아름다웠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저녁 땅꺼미와 새벽 미명의 시간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1917>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서서히 밝아지는 빛의 그라데이션을 영화관 스크린으로 보는 진귀한 경험을 주었다. 영화 안에서 동이 터올 땐, 오래 전 밤샘하다가 날이 밝아오는 걸 느꼈을 때의 기묘한 자부심 같은 걸 다시 체험한 것 같았다. 정말 빛의 밝기 차를 잘 보여준 촬영이었다. 오스카 촬영상을 안 받았으면 안 될 영화였던 것 같다.
하루 안에 두 병사가 공격 중지 명령 지령을 전달하러 가는 스토리로 보면 마치 미식축구 선수가 상대 진영으로 터치다운을 향해 처음부터 끝까지 숨가쁘게 전력 질주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중간중간 쉴 틈을 주었다. 긴잔감을 줬다 풀었다 하는 리듬이 적당히 좋았다. 주인공 스코필드가 어느 여자와 아기가 살고있는 공간에서 미적댈 땐 난 속으로 그를 닥달했다. 빨리 가라고. 그러고 있을 여유가 없어! 라고 하면서.
스토리는 뭐랄까. 귀인열전 같고 등떠밀리고 쫒기고 떠내려가다가 어쩌다 목적지에 도달한다. 누구 하나가 사라지거나 스코필드가 위험에 빠지면 어디선가 귀인이 나타나 도움을 준다. 등떠밀리고 쫒기고 떠내려가다가 어쩌다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친구는 죽고 없다. 우리 인생도 그런 거면 넘 우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