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기 아까운 영화입니다. 영화에 대한 극찬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보고나서 뒷담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봐야 영화의 재미를 100%로 즐길 수 있습니다. 함께 본 사람이 사랑스러운 연인이라면 영화가 주는 최대한의 재미를 넘어 110%로 즐길 수 있고, 둘만의 오붓한 파리 여행을 꿈꾸는 당신의 흑심을 그녀나 그에게 들키지 않고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해줄 이만한 영화는 없을 겁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저절로 당신에게 묻게될 것입니다.
“자기야, 우리 파리로 여행 갈래?” 라고요.
원하는 말을 듣기 위해 영화가 끝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하기 전 3~4분 가량 보여주는 도입부만으로도 파리의 매력에 빠지게 만드니까요. 맑은 날, 흐린 날, 비오는 날의 파리 시가지 풍경이 우아한 재즈풍의 배경음악과 함께 낮에서 밤으로 유려하게 흘러가며, 시작과 함께 몽환적 도시, 파리의 매력에 빠집니다. 그 중에서도 비 오는 밤의 파리 풍경은 파리로 떠나고 싶은 욕구를 거세게 용두질합니다. 길처럼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며 여흥을 즐기면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살바도르 달리 같은 거장 예술가들의 기운을 받아 <노인과 바다> 같은 걸작을 나도 쓸 수있을 것만 같습니다. 예술과 문학에 대한 지식을 더한다면 등장인물들에 좀 더 깊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같이 본 동반자에게 맛깔나게 허풍을 떨 수도 있겠고요. “헤밍웨이가 실은 말야. 어쩌고 저쩌고 … ” 이러면서 말이죠.
길이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1920년대 파리로 건너가 과거의 화려한 예술가를 만나고 그들의 연인과 사랑에 빠진다, 는 우디 엘런 감독님의 판타지적 설정은 귀엽고 애교로 봐줄만 합니다. 또 이 설정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를 유발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조금 산만합니다. 당대의 수많은 거장 예술가들, 어쩌면 우디 엘런 감독님의 개인적 우상들이었을지 모를 예술가들을 한대 모아둬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너무 많이 모아서 눈에 익으려하면 사라지고, 다시 등장하면 누구였더라, 하며 고심하게 됩니다. 또, 길의 예비장인이 붙여놓은 사설탐정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내심 궁금해하며 보게 되는데 뒷수습을 흐지부지 마무리하며 퇴장하는 바람에 “에이~ 저게 다야?” 이러며 실망합니다.
파리는 혼자 여행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래이첼 맥아담스를 닮은 미모의 오래된 골동품점 점원과 사랑에 빠질 수만 있다면 혼자의 여행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