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틈만 나면 하는 게임이다. 긴 시간 동안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그러려면 돈을 써야 한다. 하다보면 속이 터진다. 뭐 하나 하려고 하면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기 싫으면 돈을 쓰거나 광고를 봐야 한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하게 된다. 한번 시작해 어느 시점까지 오면 중단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게임을 잘 만든 것 같다.
- 강남 교보타워 앞에서 어느 노숙녀 한 분을 거의 매번 본다. 노신사의 여성형 단어로 노숙녀로 썼다. 세련된 옷차림을 한 여성 노인을 뜻하느 마음에 드는 단어를 못 찾겠다. 암튼 그 노인을 교보문고에 갈 때마다 거의 매번 보게 된다. 큰 여행 가방을 옆에 세워 두고 벽에 기대어 서 계신다. 의상은 매일 똑같다. 머리엔 둥근 챙이 있는 모자를 쓰고 말끔하게 차려 입고 계신다. 만나기로 한 누구를 기다리고 계신가. 매일 그자리에 나오시는 걸까. 의문의 할머니시다.
- 주목받는 걸 싫어한다. 옛날엔 전동 휠체어로 바깥에 돌아다니기만 해도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그런 경우는 종종 있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다. 아직도 그런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신기한 듯 쳐다본다. 그런 시선은 부담스럽거나 싫지 않다. 싫은 건 버스 기사님의 과잉 대응이다. 난 그냥 조용히 탔다 내리고 싶은데 굳이 자리를 만들어준다. 이미 앉아있는 두 승객에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의자를 세워 내가 자리를 잡으면 기사님에 따라 휠체어를 고정시켜 주기도 한다. 그런 게 싫다.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버스를 타고 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