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읽은 책  <지와 사랑>

오늘로 <지와 사랑>을 세 번째 완독했다. 그 세 번 모두 제목만 같은 다른 책이고 세 번을 읽은 나도 세 명의 다른 사람인 것 같다.

이 소설을 처음 읽은 건 16살 때다. 보육원(재활병원)에서 지낼 때 한 선생님이 그만두시면서 선물로 주셨다. 성함을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떠오르지 않아 속상하다. 지금처럼 그때도 심심해서 읽었다. 다시 이 책을 읽고 그때를 돌아보니 16살의 나는 뭘 읽었나 싶다. 한가지 뚜렷한 기억은 골드문트가 기사네 집에 기거하면서 그의 두 딸과의 밀회 부분을 빨려들 듯 읽었다는 생각이. 선생님은 그 나이의 남자애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겠지.

의역된 제목 <지와 사랑>보다 원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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