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보고 또 봐도 처음 보는 듯 빨려든다. 실제 작품을 보면 어떤 느낌일일까.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가게 된다면 이 작품을 가장 먼저 보고싶다.

트레이시 슈발리에 작가의 장편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는 이 작품 속의 여인이 페르메이르와 만나 그가 작품을 그리고 죽기까지의 시간이 담겨있다. 작가가 서문에서 밝히길 시대배경만 빼고 모두 상상력으로 썼다고 한다. 실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속의 여인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난 이 소설의 상상력이 너무 좋다. 다락방과 통하는 화실에서 화가 페르메이르와 그의 작품속 모델인 소설의 주인공이 단 둘이 있을 때의 분위기가 야릇하고 관능적인데 넘 아름답게 보인다. 마지막 장면도 넘 좋다. 어느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이 되어라 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스토리도 넘 좋다.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빌리에 작.

내일은 피카소 그림을 보러 갈 계획이다. 그의 실제 작품이 전시된다고 한다. 그림을 보는 것 자체가 좋다. 때때로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다. 초등학교 이후로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 분명 내 팔과 손은 그때보다 퇴보했을 것이다. 책을 반납하고 빌려오는 길에 요즘들어 화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한 블럭에 한 두 곳은 화실이다. 요즘들어 는 것인지 원래 그런 건지 모른다. 간혹 ‘성인반 모집’이라고 써붙인 종이가 보이면 가만 멈춰 바라본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초등학교 때 전학 가 헤어진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하는 로맨스 영화다. 과거(2003년)와 현재(2011년)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는 두 주인공 남녀가 만나게 될까 아니면 못 만나게 될까? 이 물음표로 끌고 간다. 영화를 보는 동안 두 마음이 왔다갔다 했다. 둘이 안 만났으면 했다가 만나길 바랐다. 오히려 남주와 서브 여주, 여주와 서브 여주가 잘 어울려 보여 그렇게 커플로 이루어지길 바라게 되는 특이한 로맨스 영화다.

두 남녀 주인공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장면이 없었던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런 점이 로맨스 영화로 특별한 점이 아닐까 싶다. 이런 로맨스 영화가 있었나 모르겠다.

소소한 것들이 좋았다. 뒤집어 쓴 편지, 수제 우산, 사소한 생활 대사, 이런 것들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우산 중에 강하늘이 강소라에게 선물한 우산이 예뻤다. 천우희, 강하늘, 강소라 연기도 좋았다. 천우희 친구로 나온 서브남주 연기도 좋았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강소라는 주연이라 해도 될만큼 존재감이 컸는데 특별출연이라는 앤딩 크래딧이 반전급이었다. 앞에서 말했듯 강하늘x강소라, 천우희x서브남주 간의 캐미가 좋아서 그렇게 커플이 되길 바라게 되는 좀 특이한 로맨스 영화다.

끝부분에 강하늘이 비맞으며 거리를 뛰어갈 때 들려주던 배경음악이 좋아서 상영 중에 폰을 켜서 검색을 했다. 그때 바로 검색하지 않으면 못 찾을 것 같은 음색의 목소리였다. 관객도 많이 없어 폰 화면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화면을 켰다. 음악은 신연아의 <Greet me with your hello>라고 나왔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두 남녀 주연 배우가 하나의 컷에 담긴 프레임은 포스터 뿐이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삽입곡. Greet me with your hello. 신연아.

별점: 4.0 ★★★★

한줄평: 남주x여주, 남주x서브여주, 여주x서브남주, 어떤 커플로 이루어져도 좋아

글 마감짖기 아쉬워서 천우희 컷 하나 올린다.

2021. 4. 29.

전문가 방송과 글에서 언급된 종목을 모두 모아 엑셀 데이터로 만들어 보았다. 모두 300개가 넘었다. 이걸 전부 일일이 하나하나 직접 타이핑했다. 이 데이터를 만든 목적은 주가가 조정 기회를 줄 때 놓지지 않기 위해서다. 방송이나 글에서 언급될 당시엔 단기간 사이 급격히 오른 경우가 많은데 그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종목이 미친듯이 오른다. 주식으로 돈 벌려면 정말 강심장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조정’이란 것도 모호하다. 내 식견으론 어디까지가 하락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더 하락할 거라 보고 기다리면 그냥 가버리고 이만하면 조정이 끝났겠지 판단하고 들어가면 조정이 아니라 대세 하락이다.

방송과 글에서 언급되기 전 저점에서 매수하고 싶은데 그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방송이나 글에서 언급된 종목을 모아둔 데이터

스프링 송

두 뮤지션이 음악을 만들다가 뮤비를 찍으러 일본으로 간다. <스프링 송>은 일본에서 뮤비를 찍는 사람들과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보여준다. 딱히 사건이나 감정의 변화 같은 게 없어서 스토리랄 것은 없는 것 같다. 음악도 완성하지 않고 뮤비부터 찍기로 한 주인공처럼 감독이 완성된 각본 없이 무작정 촬영부터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아니라고 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어느정도 지나면 완성된 음악과 뮤비가 궁금해진다. 뮤비 감독의 디렉팅과 배경음악이 완성작에 대한 기대감을 만든다. 감독이 연기자에게 요구하는 감정 연기가 복잡다단하게 보여지는데 대체 음악이 어떻기에 저런 요구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배경 음악이 좋았는데 지금 듣는 이 음악 또는 노래가 뮤비에 쓰일 노래일까 아니면 다른 새로운 노래일까 궁금해진다. 영화를 끌고 가는 감정은 이 궁금증이었다. 영화는 완성된 뮤비를 보여주며 끝나는데 이걸 좀 지나 뒤늦게 알게 된다. 지금부터 완성된 뮤비를 보여줍니다 선언하거나 알리지 않는다. 대체로 음악들은 다 좋았다. 이 영화가 음악 영화라면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그리 나쁘지 않다. 반면 음악을 보는 즐거움은 크지 않다. 핸드 헬드 카메라가 간혹 많이 흔들리고 엉뚱한 곳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몇 있었고, 스토리나 감정선 변화가 없어서인지 음악이 기억에 각인되지 않는다.

스프링송 ost cd

영화 상영 후 GV가 있었다. 감독이자 주연 배우 유준상 씨와 정순원 씨가 진행을 했다.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유준상 감독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셔서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감사하게도 OST CD도 선물로 주셨다. 음악을 들어보고싶은데 불행히도 CD플레이어가 없다. 음반 CD는 정말 너무 오랜만에 본다. 어떻게 듣지.

별점: 2.5 ★★☆

한줄평: 완성된 음악과 뮤비에 대한 궁금증,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가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일본에서 최장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몇주째 1위를 하고 있길래 얼마나 재밌길래 하는 마음에 봤다. 그래서인지 그렇게까지 재밌진 않았다. 네이버와 왓챠 리뷰에 의하면 TV 시리즈를 먼저 봐야 이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자기애 강한 주인공과 그와 함께하는 사명감 투철한 영웅적인 캐릭터, 약간 모자라 보이지만 착한 착한 캐릭터, 악당 캐릭터는 일본 애니에서 흔히 봐온 것 같았다. 스토리는 꿈과 현실, 정신의 핵 이런 게 나오기 시작하면서 흥미로웠다. 결말에서 악당이 이기고 우리편이 죽는 건 의외였다. 영원한 삶 대신 장렬한 죽음을 택하다니. 뭔가 기시감이 있으면서 뭔가 다른 게 있었다. 리뷰를 보면 마지막 30분 동안 울었다는 사람도 있던데 난 눈물도 안 났다. 더빙 연기는 일본 애니 특유의 과잉, 오버스럽게 느껴졌다. 인물의 생각을 나레이션으로 들려주는지 혼잣말을 들려주는지 모르게 더빙 연기가 과하게 힘이 들어간 것처럼 들린다. 영상미는 좋았다. 만화책의 페이지를 넘겨보는 것처럼 씬이 이어졌다.

별점. 3.

한줄평. 만화책 페이지가 장면으로 살아나 이어진다.

봉제인형 살인사건

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를 주인공으로 진행되는 수사물.

범인의 살인 예고 리스트로 떡밥을 던지지만 수사 진행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고 결말이 넘 허무하다. 작가가 쓰기 전부터 영화로 만들어지길 원한 것 같다. 등장인물의 동선이나 장면 묘사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디테일하다.

2021. 4. 22.

증권사에서 매일 전날 기관들이 많이 산 상위 종목을 알려준다. 이들 종목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이 전날 5% 이상 급등한 종목이라 쉽게 매수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떨어지길 기다리면 그냥 오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종목의 차트를 들여다봤다. 공통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급등이 있기 전엔 종가가 120일선이나 60일선 근처로 온다는 것이다. 이런 종목을 찾으려면 2000개가 넘는 종목의 차트를 모두 열어봐야 한다. 가능하지만 시간이 많이 든다. 나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종가, 5일선, 20일선, 60일선, 120일선의 가격 형식으로 전체 종목 목록을 제공해주는 사이트가 있는지 찾아봤다. 없었다. 내가 만들어봤다. 정확하진 않지만 얼추 맞았다. 그래도 여전히 고르긴 어렵다. 계속 마이너스다. 왜 증권사는 이런 데이터 제공 서비스를 만들지 않을까.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정주영 작가.

이런 거에도 각주를 달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각주가 많이 보인다. 물론 일일이 하나하나 각주를 찾아보진 않았다. 그런 각주 번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공격했으면… 하는 것과 자료조사를 정말 철두철미하게 하려고 애썼구나. 하는 생각.

이 책에는 특별한 성취를 이룬 수많은 사람의 삶이 소개된다. 그들 중 대부분이 어릴 때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거나 학습장애가 있었다고 알려졌거나 기존 체계에 적응하지 못 했거나, 인정받지 못 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성취와 성공의 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에 대한 답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그가 찾아낸 답은 ‘신호’와 ‘이해’다. 나쁜 신호를 거르고 좋은 신호에 귀기울이면서, 한 분야에 오래 그리고 깊게 몰입하고 이해하는 것이 비밀이라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신호는 자기 주변에 어떤 사람을 가까이 두거나 멀리 두느냐의 문제인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거리는 물리적이 아니라 심리적도 될 수도 SNS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신호를 잘못 해석해 자신에게 좋은 말만 들으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신호의 편취와 깊은 이해의 힘은 어린 시절에 더 큰 힘을 쓰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많이 읽어야 할 것 같다.

애필로그는 일부 천재들의 특별한 사례를 일반화한 것이라는 공격에 저자의 가족과 자신의 삶으로 방어하는 것 같다.

노바디 (2020)

Bob Odenkirk as Hutch Mansell in Nobody, directed by Ilya Naishuller.

<존 윅>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다고 한다. 그들은 정말 액션을 사랑한다. 당신은 액션을 사랑해서 영화를 만들지? 라고 그들 중 아무나에게 물어도 그렇단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앞뒤 개연성이 말이 안 되고, 악당이 아무리 멍청해도 이 영화의 재미에는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 그저 거침없이 죽이고 때리고 찌르는 쾌감을 주는 것으로도 이 영화의 표값과 러닝타임을 지불하기 아깝지 않다.

<노바디>의 액션이 좋은 것은 ‘우월감’ 때문인 것 같다. 주인공 허치 러셀과 그와 함께 싸우는 동료 두 인물은 전혀 겁먹거나 쫄지 않는다. 액션 씬이 긴장감을 주지 않는다. 히치 러셀과 그의 편에 선 그들은 적을 상대할 때 ‘우린 너네보다 한 수 위야’라는 우월감으로 일관한다. 액션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대 1 몸싸움도 없다. 그들은 적을 가지고 논다. 그런 ‘한 수 위’ 액션이 좋았다. 러셀은 <나홀로 집에>의 캐빈을 떠오르게 한다. 캐빈이 자라 어른이 된다면 러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캐빈은 집안의 각종 도구와 시설을 재밌게 이용해 적을 골탕먹였다면 러셀은 적을 신나게 죽인다. 오랜만에 본 <백 투 더 퓨쳐> 박사님이 반가웠다.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얼굴과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다. 그가 보여준 애션은 이 영화의 반전 중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다.

한줄평: 기다렸던 액션 영화를 오랜만에 만났다

별점: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