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매대 MD는 나를 넘 잘 알아

서점에 가면 계획에 없던 책을 사는 날이 많다. 미리 앱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책을 매대에서 찾아보다가 다른 책이 눈에 들어오고, 두 책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하나를 선택한다. 둘 다 사면 되지만 그러지 않는 게 좋다. 우선은 돈을 아껴야하기 때문이고 책을 한번에 많이 사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한번에 여러 권을 사게 될 경우 나의 취향과 맞지 않는 책이 끼어있을 확률이 높다는 건 경험으로 알게된 지혜다. 한번에 사도 좋은 적당한 권 수는 2~3권이다. 이 수치는 개인마다 다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적당량씩 쪼개 여러번 책을 사는 것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서점 가는 재미에 있다. 한 번에 많은 량의 책을 사면 그만큼 다음 서점 가는 시간이 늦어진다. 서점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 시간이 길어지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오늘 산 책은 <기묘한 병 백과>와 <지능의 함정>이다. 두 권 모두 즉흥적으로 골랐다. 서점 매대 MD의 2 대 0 완승다. 결재는 문화누리 카드로 했다. 이 카든 정부가 저소득층 가구와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바우쳐 카드로 연간 9만원 한도로 쓸 수 있다. 쓸 수 있는 업장은 서점이나 극장 같은 문화생활에 한정돼 있다. 무상으로 지급되는 카드지만, 난 이 카드를 쓰는 게 썩 좋지만은 않다. 정말 별로다. 돈 쓰는 재미는 내가 번 돈 쓰는 재미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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