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6.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소설가는 천성적으로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날 소설이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나는 이걸 일종의 하나님의 계시 같은 거라 생각된다. 그전에는 소설을 쓰고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러기 위해서 글쓰기 연습같은 걸 한 적도 없다고 한다. 그렇게 쓰게된 첫 작품이 문학상을 받고 지금의 대문호가 된 걸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작금의 인기작가가 되고 소설가로 오래 유지할 수 있게 한 것은, 돌아갈 수 있는 퇴로를 없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부터 아내와 꾸려왔던 가게를 정리하는데 소설 쓰기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한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룬 위인들에게 있는 공통점 중 하나다. 해보고 안 되면 돌아가지 식으로 양다리를 걸치곤 성공을 바라는 건 기만이자 욕심인 것 같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AI 개발자 양성 교육에 수강등록했다. 접수 후 이틀이 지나도록 연락이 안 와서 전화 통화를 했다. 담당자에 의하면 접수는 확인됐는데 아무런 연락이 안 간 건 좀 이상한 일이라 했다. 나는 실무자가 실수로 누락했거나 뭔가 착오가 있었을 거라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런데 나중에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나이가 많아서 잘렸나, 장애가 있어서 잘렸나 같은 아무 쓸모없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회사를 퇴사했을 때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자소서에 도망치듯 마지막 회사를 그만뒀다고 썼는데 관용적인 의미와 명시적 의미가 모두 포함됐다. 그땐 그렇게 그만두지 않으면 못 그민둘 것 같았다. 회사가 안 놓아줄 것 같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이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인 보였고 다른 데 가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갖게된 건 모 포털회사의 장애인 개발자 채용 서류에서 탈락한 이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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