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6. 물 들어올 때 노 젖자

혼자서 사업하는 사업가와 프리렌서는 뭐든 다 할 줄 알아야 하나보다. 예전 회사에서 하던 방식대로 내가 할 수 있는 파트만 맡아서는 벌어먹기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를 HTML, CSS로 만드는 건 해본 적이 없고 그래서 하더라도 속도가 느릴거라는 이유(나라서가 아니라 다들 처음 하는 건 대체로 느리지 않나..)로 안 맡겠다고 거절했는데 다시 하게 됐다.

며칠 바짝 투자하면 끝날 것 같은 일인데 막상 그러려니 엄청 귀찮아진다. 이러다 미루게 되고 약속한 마감일을 몇일 앞두면 정신이 번쩍 들겠지.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천성이 그렇게 먹은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시험공부도 늘 이런 식이어서 망한 성적이 많다.

회사에서 일할 땐 할 수 있냐고 물으면 다 할 수 있다고 답했는데 갑을 계약 관계가 되니까 그러기가 무섭다. 하면 못할 건 없을 텐데. 그런 리스크를 떠안고 에너지를 쏟고 싶은 열정이 없다.

2021. 12. 25. 박수근 전 보러 간 날. 오늘은 아님.

내가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와 아이 업은 소녀 작품을 진짜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작품들이 다 정갈한 느낌이었다. 시골 할머니가 자신이 먹을 때처럼 내어주는 밥상같았다. 정이 듬뿍 담긴 따뜻한 밥상을 비우고 온 느낌이었다.

박수근 전. 봄을 기다리는 나목.

2021. 12. 25. 크리스마스에 전시회 관람하기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졸업 작품 전시회에 작품을 냈다고 보러 오라는 게시글을 보고 갈까말까 망설이다 갔다. 어쩌다 샤대 미대생 계정을 팔로우하게 됐는지 잘 모르겠지만 가서 그림을 보고싶었다. 아는 사람 없는 데에 혼자 가려니 용기가 안 났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내긴 싫었다. 어릴 땐 안 그랬는데 나이를 먹으니 더 그렇다.

절규하는 듯한 사람

조소과 전시 작품이 재밌었다. 이 작품이 특별히 재밌었는데 뭔가 진지한 작품 같아보였는데 바닥에 놓인 하리보를 발견하고나선 감상이 달라졌다. 조각상이 바닥에 있는 하리보와 결합한 한 작품처럼 느껴졌다. 바닥에 떨어진 하리보를 보고 절규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작품 아래에는 꽃다발 같은 게 놓였는데 하리보라닠ㅋㅋㅋ 넘 귀여웠다.

작품 아래에 누군가 놓고 간 하리보.
프랑켄슈타인 같은 작품 앞에서 사진을ㄹ 찍음.

고장나서나 어딘가 망가진 장난감 하면 떠오르는 프랑켄슈타인 같아 보이는 작품이었다. 작가와 어시스트하는 한 학생이 사다리를 타고올라가 작품을 보수하고 있었다. 그 장면이 넘 예뻐서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언젠가 유명해진 직가 전시회에서 동행자가 “이 작가가 무명일 때부터 좋아했”다고 말하면 되개 멋있고 부러워 보였다. 그런 일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 좋은 작가가 됐으면 좋겠다. 오늘 보려고 햇던 작가의 작품은 못 봤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무명 작가나 학생 작품 전시회를 보는 것도 재밌다.

학교에 가면 공부는 다시 하기 싫은데 학교는 다시 다니고싶어진다.

2021. 12. 21. 샤대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시간이 떠서 샤대에 갔다.

경영대 버스정류장에서 본 경영대

아는 사람도 없고 딱히 가야할 곳도 없어서 다짜고짜 경영대에서 내렸다.

느티나무 리얼 딸기 라떼.

느티나무 와플이 맛있다는 걸 들었으나 리얼 딸기 라떼가 먹고싶었다. 넘 달달하고 맛있다. 나 다음에 어떤 여학생이 주문하고 있었는데 그냥 말걸고싶어서 미대 가는 길을 물었다. 자화연에도 갔는데 물은 얼어있었고 오리는 보이지 않았다.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서인지 공기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는 아는 사람 있을 때 자주 와야해. 연이 없는 사람은 더 못 오게된다.

2021. 12. 6. 절박하면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다

뜨거운 커피를 책상에 올려놓다가 쏟을 뻔했다. 액채가 든 컵같은 걸 들어 옮기는 걸 원래 잘 못하는데 뜨거우면 더 못한다. 아침에 막 사온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독서실 책상에 올려옿다가 뚜껑과 컵이 분리돼 쏟을 뻔할 때 옆자리 분에게 잡아달라고 도움을 구했다. 맨날 같은 자리에 앉아서 어느정도 안면이 트인 사이지만 도와달라고 하기에는 부담스웠는데 감사하게도 컵을 잡아주셨다.

내가 맨나 라루 첫 손님이 된다.

요즘같은 겨울 아침엔 따아 없인 하루를 시작하기 어렵다.

2021. 11. 6. 버스를 놓치는 무한 루프

내가 타야할 버스가 몇 분 후 도착하는지 확인한다. 5분 이상 남았으면 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뉴스 기사 같은 걾읽르면서 버스를 기다린다. 어쩌다 넘 몰입해서 버스를 놓친다. 다시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한아.

숙대입구역 정류장 광고판. 아린이.

매일 도와주러 오시는 분이 그민둔다고 알리셨다. 건강이 안 좋아져서 쉬어야겠다고 하신다. 새로운 사람에게 내 몸을 맡기는 거 정말 적응하기 힘들다. 이런 거 가독은 모르는 것 같다. 빨리 분가해 혼자 살거나 결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