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2. 일 잘 하는 사람

신한은행 남부터미널 지점 앞.

은행에 왔다가 그냥 돌아올 뻔 했다.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안 보여서 인터넷 지도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건 전화는 ARS 콜센터로 넘어가고 상담원에게 이 상황을 정확한 발음으로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끊고 돌아가려다 마침 입구로 나왔다 들어가는 직원이 보여 도움을 요청했다. 거리가 있어 은행 직원으로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보였다. 직원이 건물 주차장 쪽으로 안내를 해주셨는데 경사가 가팔라 혼자선 오르내릴 수 없어 보였다. 은행 창구 직원은 입사한지 얼마 안 돼보였다. 길어야 1~2년차 같아 보이는 직원은 일을 똑부러지게 잘 하는 것 같았다. 창구 앞에 직원 프로필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뽀샤시 필터를 사용한 듯 보였다. 인스타나 SNS 프로필에 사용하는 사진 같아 보였다. 혹시 카메라 앱 어떤 거 쓰세요? 물어보려다 참았다. 주접으로 보일 것 같았다.

크라운제과. 크림블.

이거 맛있다. 몽셀 통통과 미슷한 맛이다. 출출할 때 먹으려고 스벅에 가져갔다. 외부음식물 반입 금지로 아는데 이정도는 눈감아주는 걸로 알고있다. 거의 맨날 아침마다 보는 직원이 고마워서 하나를 드렸더니 이런 거 받으면 안 된다며 거절하셨다. 그게 사규라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예전에 일하면서 아는 지식은 많은데 실제로 일은 못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갑자기 내가 그런 사람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맡은 일을 못 해낸 적은 없는데 그건 내 생각일 뿐인 건가. 실무 면접 때 무엇을 해봤냐, 사용해봤냐는 질문을 받으면 내 기준으로 답한다. 책보고 혼자 파본 것도 해봤다고 말하는데 이걸 어쩌면 허풍 내지 과장으로 볼 수도 있다. 사회 초년생일 땐 이렇게 말하고나면 거짓말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어서 이력서도 과장해 썼었다. 지금 나에게 리액트 다뤄봤냐고 물으면 혼자 파봤 기 때문에 예 라고 답한다.

2021. 10. 21. 미시오

미시오.

문을 못 열어 잠깐 갇혀(?) 있었다. 문이 앞에 있는데 왜 나가질 못하니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좀전에 따라다녔던 공익요원을 돌려보낸 걸 아쉬워하면서. 화장실까지 따라오면서 도와줄 거 없냐고 물어보는 게 여간 부담스러워서 가시라고 했는데 이런 복병이 매복해 있을 줄이야. 요즘 신축 빌딩은 출입문과 화장실 입구를 좁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엊그제와 오늘 지역 고용센터에 갔다. 실업급여와 내일배움 카드와 관련된 일 때문에 갔는데 장애인 고용공단으로 가는 게 좋다고 돌려보내려 했다. 해택과 지원을 더 잘 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예전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 메뉴얼이 생긴 것 같다. 암튼 더 좋아진 거겠지 생각하는데 …

기왕 말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모든 대기업이 장애인 의무 고용율 다 지키는 것보다 많은 중소형 기업이 장애인 1명 고용하는 것이 장애인 실업율을 낮추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믿고있다. 예전엔 그런 기업이나 장애인에게 지원이 없었던 걸로 아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고 내가 알고있던 게 맞는지 모르겠다.

나는 다른 사람과 같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그래왔다. 생산성이 낮다. 느리다. 이런 말들이 있는데 아니다. 마감일을 넘겨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 나를 자기가 호랑이인 줄 아는 고양이 같은 시선을 가지는 것 같다.

2021. 10. 18. 베터리 완충이 안 된 날은 하필

전날 밤 자기 전 휴대폰 충전을 꽂았는데 다음날 충전이 안 돼있는 날이 간혹 있다. 이상하게 그런 날은 일정이 빡빡하다. 왜 그런 것이야..ㅠ

보조 배터리를 샀다.

구글 검색 결과만 믿고 찾아갔다가 낭패를 봤다.

서초 고용센터 구글 검색 결과
요즘 서울시 왜냐한 빌딩은 전부 리모델링이거나 재건축 중이다

2021. 10. 3. 내가 남선교회 소속이라니

집 가까운 교회에 등록했다. 거의 1년 넘게 비대면 예배만 드리니 현장 예배가 고팠다. 다니던 교회에 오랜만에 갔는데 처음 시작하는 느낌이어서 새 교회에 등록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새 교회 소속부를 보고 내 나이를 실감했다. 내가 남선교회 소속이라니. 어릴 때는 나이 많은 남자 집사님과 장로님 모임이었는데 내가 그 연배가 됐다. 이제 어린 첸구들과 놀 기회는 잘 없겠지.

백석대학교회 안내지.

2021. 9. 29. 비건 제과점 ICTUS

스벅에서 집으로 오던 길에 새로운 까페를 발견했다. 늘 다니던 길을 두고 안 가본 길로 둘러갔는데 이 까페가 보여 다음날 들렀다. 까페르기보다 제과점에 더 가까운 가게였다. 테이블 하나에 의자 두 개가 전부였다. 쿠키 하나와 라떼 한 잔으로 서너 시간을 보내기엔 미안했다. 3시 쯤 나가려는 참에 사장님이 마감시간이 됐다면서 이렇게 오래 있으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커피는 보통이지만 쿠키는 정말 맛있었다. 공짜로 주신 푹신푹신한 쿠키가 맛있어서 하나 사려고 했는데 다 나가고 없었다. 쿠키와 빵을 이곳에서 직접 다 만드는 것 같아 보였다. 유제품과 달걀 없이 만든다는 문구가 적힌 메뉴판이 벽면에 걸려 있었다.

비건 제과점. ICTUS.
사장님이 공짜로 주신 쿠키가 정말 맛있었다. 식감이 푹신푹신했다. 이름을 물어 알려주셨는데 까먹었다.

2021. 9. 25.

어떤 장소에 가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고 어떤 노래나 가스펠을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음식을 먹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생각들은 거의 조건 반사처럼 일어난다. 마치 종소리가 들리면 먹이가 나올 거라 기대하는 강아지처럼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머릿속에 그 사람을 떠올린다.

몇일 전 서점에서 직소 퍼즐 매대 앞을 지날 때 꿈돌이가 떠올랐다. 느닷없었다. 조금은 슬펐고 조금은 기벘다. 앞으로 직소 퍼즐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그랬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꿈돌아. 행복하게 잘 살아.

교보문고 핫트랙스 직소퍼즐 매대

지난주인가 지지난주인가. 일요일 온라인 예배 도중 한 가스펠이 나와 잠깐 딴짓을 했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떠올라 인터넷에서 그 사람 이름을 검색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아채고 황급히 웹브라우저를 닫았지만 그 사람 생각은 한동안 지속됐다.

이 가스펠을 들으면 지혜가 생각난다. 지금까지 실제로 본 여자 중 제발 예뻤다. 혼자 좋아했던 아이다. 나보다 6살 어렸다.

2021. 9. 10.

언니가 숨겨놓은 솨자상자

동네 도서관 가는 길에 과자 가게가 있다. 이 앞을 지나려면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한다. 빵과 쿠키를 굽는 냄새를 맡고 그냥 지나쳐야 하는 건 고문이나 한가지다. 그래도 고문이 아닌 것은 이 냄새가 넘 좋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입구에 높은 턱이 있어서다.

언니가 숨겨놓은 과자상자 차고 앞

그림이 귀엽다. 과자 가게 이름과 이 그림이 과자 가게 주인과 그가 만들어 파는 과자에 대한 상상을 부추긴다.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어봐야지.

미술학원 앞에 걸린 새 그림

전에 몇 번 언급했던 미술학원이 이 과자 가게 맞은 편에 있다. 이번엔 꽃 그림이 걸렸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어떤 그림으로 바껴 걸려있을지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