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 모범덕질의 교과서

덕질을 한다면 백영옥 작가처럼 해야 한다. 그녀는 모범덕후의 산증인이자 그녀가 쓴 두 권의 책 <빵강머리 앤에게 하는 말>과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은 덕질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빨강머리 앤은 그녀가 슬퍼할 때 달래주고 좌절할 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삶에서 닥친 여러 문제를 함께 고민해주며, 기쁠 때 함께 기뻐해준다. 앤은 그녀에게 때로는 친구이자 때로는 선생님, 때로는 엄마가 돼준다. 삶에서 이런 앤 같은 것을 하나 만들어 두면 외롭지 않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구나 알리지 않고 각자 다른 ‘앤’과 함께 살고 있는 지도 모르는 일이다.

성덕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한 덕후의 준말로 좋아하는 스타를 만나거나 그 스타가 알아줄 만큼 유명해진 사람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앤은 소설 작품속 인물이지만 그녀는 성덕이다. 최근 나는 덕질로 뭔가를 시작했다. 이 덕질이 성덕의 길이 되어주길 하는 소망을 가져보려고 한다.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밀레 오리지널

2020. 10. 31. 백화점에서 노는 건 언제나 좋아

한강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백화점을 들렀다. 뭘 사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신세계백화점 불가리 매장

명품관 매장은 그냥 지나가면서 보기만 해도 눈이 행복하다. 불가리는 내가 처음 입덕한 명품 브랜드다. 내 돈 주고 샀던 첫 번째 브랜드다. 지갑이었는데 명품 치고는 고가는 아니었다. 지금은 살 엄두도 못 낸다. 불가리는 보석류 악세사리가 예쁜 게 많다. 이런 건 지나가다가 보이면 걸음을 멈추지 않곤 못 배긴다. 예쁘고 아름다운 건 그저 바라보는 거라도 행복하다. 불가리는 명품계에서 약간 소외된 브랜드 같은 느낌이 있다.

샤넬 매장

명품관 매장에서 언제나 웨이팅 라인이 긴 브랜드는 샤넬이다. 내가 언제 볼 때마다 줄이 길었다. 나도 언젠가 저 라인에 드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간절한 소망까진 아니다.

이 빵이 먹고 싶었다

그러나 그냥 왔다

2020. 10. 31. 팬데노믹스

하버드생에게만 알려주는 비법 같은 게 있나 싶어 <하버드 부자 수업>을 읽었는데 그런 건 없었다. 그런 게 있다면 온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를 축적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알 만한 내용이 많다. 그 앎 만한 내용들이 거의 전부 실천하긴 힘들다. 예를 들면, 월급의 30%는 저축하라 같은 것들이다. 쭉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 책을 가장 유용하게 읽을 독자층은 안정적인 수입이 매달 들어오는 회사원이다 라는 것이다. 회사원 중에서도 고연봉 회사원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아닐 것 같다. 그리고 실제적이기라보다 추상적이거나 막연한 지침이 많이 보인다.

사람들의 관심이 부의 축적이 아니었던 적은 아마도 없었을 것 같다. 요즘 뿐 아니라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이런 류의 책은 언제나 팔린다는 걸로 보아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이런 류의 책을 쓰는 저자, 번역가, 출판사 기획자 모두 약삭빠른 투자의 귀재가 아닌가 싶다.

팬데노믹스. 팬데믹과 이코노믹스가 합쳐진 합성어로 요즘 자주 보인다. 나는 이 단어를 볼 때마다 조금은 끔찍하다. 인간의 고통과 혼란을 탐욕의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서다. 고통과 탐욕. 이 상극의 두 단어가 합쳐진 세상에서 나는 주식투자를 하고 있고 손실을 보고 있다. 그런데 그리 큰 걱정은 없다. 그들의 고통에 비해 크지 않고 다 잘 될 거라 믿는다. 잘 안 되더라도 크게 마음 쓰지 않을 것이다. 난 원래 낙천적이다.

하버드 부자 수업

2020. 10. 30.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자서전 또는 에세이이로 알고 끝까지 읽었다. 내가 그렇게 오해한 건 아마도 제목 때문인 것 같다. 제목에 들어간 ‘필사의 밤’이 그렇게 만들었고 소설속 주인공이 시인 지망생이어서 더 그랬다.

책 뒷부분에 붙은 구병모 작가와 저자 김이설 작가의 글을 읽기 전까지 이 소설의 이야기가 정말 작가의 과거인 줄 알았다. 아니어서 다행이란 안도보다 정말 누군가의 현실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고, 어른이 되고도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게 답답해 집을 나오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내 마음 같다.

김이설 작가의 중단편 소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밀레의 서재

2020. 10. 30. 삶은 계란은 맛있지만 껍질 까기가 어려워

삶은 계란을 먹으면 맨날 흰자의 거의 절반은 못 먹고 버린다. 왜 내가 까면 껍질이 깨끗하게 안 떨어지는 거야. 이건 계란을 잘못 삶아서 그런거야. 라고 정신 승리를 해보려 하지만 내 손이 똥손인 것은 맞지 라는 생각이 든다..

노른자보다 흰자를 좋아하지만 먹을 수 없는 운명

2020. 10. 29. 지하철을 타려면 10분을 서두르는 게 나아

지하철 종착역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있으면, 다시 타고 다음 역까지 가서 반대 방향 편으로 갈아타고 와야 한다. 반대편 엘리베이터도 고장나 있으면 일정을 취소하고 집으로 강제 귀가. 지하철을 타야 하면 대개는 1~20분 서둘러 나선다.

숙대역 승강장 엘리베이터가 수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