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6. 요즘 본 책

제목을 보고 내가 미적분을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사봤다. 깊이는 안 다루지만 기억이 나긴 함.

수학은 어렵지만 미적분은 알고싶어. 한스미디어

<오리진>은 재밌을 것 같아서 빌려 왔는데 챕터 1 읽고 손절했다. 그림이 없어서 내용을 이해하려면 머릿속으로 지구본 그리면서 읽어야 했는데 어려웠다.

오리진. ORIGIN.

주민센터 도서관 거의 1년만에 갔다.

2021. 2. 10. 퀸스 갬빗

한 소녀가 체스를 처음 배울 때부터 전세계 1위 체스 플레이어를 발라버릴 때까지의 과정을 담은 성장 서사다. <퀸스 갬빗>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기반한 전기라고 한다. 체스 플레이 방법을 몰라도 보는 데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나는 체스 말이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정도만 알고 있는데 그런 건 서사를 이해하는데 별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주인공이 양부모에게 입양되면서부터, 고아원에 남아있던 흑인 친구와 수위 아저씨가 언제 나올지가 넘 기다려졌다. 나중에 수위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되고, 원장 선생님의 재등장을 볼 땐 울컥했다.

체스 대회나 체스 플레이 씬마다 체스 판과 말이 달라진다. 같은 듯 보이지만 어딘가 달라 보였다. 내가 본 바둑판과 알이나 장기판과 알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았는데 체스판과 말은 모양새와 크기가 다양하단 걸 알게 됐다. 주인공의 환각으로 천장에 보이는 채스판과 말도 <퀸스 갬빗>의 한 캐릭터로 보였다.

주인공이 중독되는 알약이 뭔지 되게 궁금하다.

주인공이 성인이 된 이후로 한 번도 바뀌지 않는 끝을 말려올린 빨간 단발 헤어 스타일은 마치 <퀸즈 갬빗>의 대표성처럼 각인된다. 주연을 맡은 인야 테일러조이도 그렇다. <퀸즈 갬빗>=빨간 단발머리의 인야 테일러조이로 기억될 것 같다.

퀸즈 갬빗 2020

기억에 남는 대사는 “Choices have consequences.”.

<퀸즈 갬빗> ★★★★

2021. 2. 10. 헌트(2020)

<헝거 게임>이나 <메이즈 러너> 같은 분위기로 시작해 <올드 보이>의 감정으로 달린다. <올드 보이>의 감정이라 함은, 나한테 누가 왜 그랬어? 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빡침과 울분 같은 것. 그에 비해 결말의 답은 좀 허무하다. 그 과정에서 거듭되는 인물의 반전이 재밌다.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인물이 알고보니 적이다. ‘내 편이 아니었네. 그럼 죽어줘야겠어’가 n번 반복된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죽는다. 후반부 두 여배우의 액션은 우리나라 영화에서 배운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집안의 시설과 도구를 활용한 액션 연기가 보는 사람에게도 타격의 통증이 전달된다. 맞거나 부딪칠 때마다 ‘ㅈㄴ 아프겠다’같은 관객의 리액션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액션을 ‘한국식’ 액션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헌트 2020

마음의 평온을 찾으니 글이 써진다.

<헌트>(2020) ★★★

2021. 2. 3. 난 좀 무던하고 대담해질 필요가 있어

의사 표현이 가능한 장애인이에게 알고싶은 게 있다면 그 질문은 본인에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물으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만약 장애인 뭔가를 부탁했을 때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능한한 부드럽게 거절해 주세요. 장애인이 누군가에게 부탁할 땐 나름의 큰 용기를 낸 것입니다. 언어 장애가 있다면 더욱이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사람에게선 작은 정색에도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넘 예민한가, 소심한가 생각해보다가 적어보았습니다.

2021. 2. 3. 거래의 기술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안티와 극성 지지자를 가진 전 대통령 트럼프. 많은 욕을 먹고도 전혀 기죽거나 물러서지 않는 그가 알고싶어 <거래의 기술>을 읽었다. 자서전을 쓰는 자가 빠지기 쉬운 유혹이 자화자찬인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고소 고발로 얽히기에 주저함이 없고 자신이 불리한 거래에도 협상에 뛰어드는 대담함은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연임에 실패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 대통령으로만 단정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이었고, 그 자신은 흙수저라고 하지만 금수저인 사업가로서 성취한 건 있으니까.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or 진리)들을 끝까지 놓지 않는 지조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은 존경받을 만하다. 그가 해온 과거의 모든 거래보다 가장 큰 거래(연임)에는 실패한 것 같다.

거래의 기술. 도널드 트럼프

밑줄 친 부분을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사업에선 옳은 말 같긴 한데 이 사람은 정말 정치도 장사꾼 마음가짐으로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나라와 세계의 사람들을 대하는 일에는 이윤을 앞세워선 안 된다. 트럼프를 좋아한다고 하면 욕먹을 것 같지만 나는 트럼프를 좋아한다.

밑줄 친 문장보다 그 뒤따르는 문장이 재밌다. 뭔 말이야 하면서 읽었다 ㅋㅋㅋㅋ 이 담에 뉴욕에 가게 되면 트럼프 타워 앞에서 인증샷 찍어야지.

2021. 2. 2. 생각나는 대로 씀

어제 쓴 글 때문에 어릴 때 이야기를 더 하고싶다. 대학에 입학한 20살 때까지 보육원이 딸린 재활(병)원에서 살았다. 보육원은 미국에서 오신 선교사님이 설립해 처음엔 전쟁고아를 거둬 보호한 고아원으로 시작했다. 내가 살았던 기간에도 선교사님이 계셨다. 내 기억엔 두 분이 남아계신다. 미국에서 오신 제리 복 선생님. 이 분은 물리치료 선생님이셨다. 다른 한 분은 네덜란드에서 오신 안느 선생님. 이 분은 성경을 가르쳐주셨다. 우리말이 서툴러 성경공부 시간마다 통역사 선생님을 대동하셨다. 별다른 놀이가 없어서였는지 이 시간을 늘 기다렸다. 선진국에서 오신 선교사님들 덕에 당시의 최신문물을 볼 기회가 많았다. 필름 슬라이드나, 타자기, 청진기처럼 생긴 이어폰 같은 것들이 신기했다. 그중에 게임기도 있었다. 게임기는 나보다 연배가 높은 형들이 사는 방에 있었다. TV에 연결해 플레이하는 게임기였는데 겔러그와 그 외 여러 게임이 가능했다. 나는 조작이 어려워 형들과 다른 친구들의 플레이만 지켜보곤 했다. 그것으로도 난 재미있었다. 어느 날 어느(이름을 알지만 밝히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형이 컴퓨터로 뭔가를 하는 걸 보게됐다. 생애 첨 본 컴퓨터였다. 뭘 하는지 몰라도 까만 바탕에 놓인 초록색 글자들이 모니터 화면에서 아래에서 위로 흐르고 있었다. 형이 넘 멋져 보였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가 살던 방에도 컴퓨터 한 대가 생겼다. 당시 나는 내 또래의 남자 아이들 7~8과 한 방을 썼다. 컴퓨터는 어느 후원자 분이 기부했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컴퓨터는 애플사의 16Bit 일체형 PC로 상당한 고가였다. 그땐 그것이 그렇게 고가의 전자기기인지 나와 모든 아이들이 알 길이 없었다. 우리는 시간을 나눠 PC를 썼다. 일종의 Time sharing 이라고 해야 하나. 30분 또는 1시간씩 돌아가며 컴퓨터를 썼다. 쓴다는 건 기껏해야 게임을 하는 거였다. 게임은 테트리스, 타잔 말곤 기억 안 난다. 게임이 지겨워지면 basic 언어로 놀았다. 잡지에 싣린 코드를 그대로 짜보고 돌려보는 놀이. 신기하고 재밌어서 빠져들었다. 그 후로 내 꿈은 줄곧 프로그래머로 정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된 후로 꿈은 좀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아마도 윈도우95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도 이런 os나 프로그램을 개발해 부자가 되고 싶어졌다. MS사의 창립자이자 CEO였던 빌 게이츠의 저서 <생각의 속도>가 내가 3학년 즈음 출간되었는데 사서 읽었었다. 멀리 떨어진 대형 서점에 갈 수 없어서 아는 선배(물리교육과 여선배)에게 부탁해 대리 구매했다. 그 댓가로 선배가 수강하던 전산물리 과제를 도와줬다. 이 선배님은 잘 살고 계시겠지.. 아, 선후 관계가 바뀐 것 같다. 내가 과제를 도와준 사실이 먼저고 책을 대신 사준 게 나중이다.

사회생활을 해갈수록 이 꿈이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내 실력이 모자라였을 수도, 열정이 모자라였을 수도..

제일 견디기 힘들었 던 때는, 나의 인턴 이력이 거짓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 같다고 느껴졌을 때다. 이 바닥은 생각보다 좁아서 쉽게 직감할 수 있다. 나의 인턴 이력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했다.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끝인 것 같았다. 당시 난 운좋게도 kt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2년차 계약이 종료되기 얼마 전 인사팀에서 나에게 정규직 제안을 해왔다. 나만 좋다면 노조 빵빵한 대기업에서 정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대로 눌러 앉으면 난 영원한 가짜 인턴 경력 이력서 꼬리를 뗄 수 없을 것만 같았고, 세상에서 내가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결국 제안을 거절하고 뛰쳐나왔지만 많이 후회했었다. 엄마와 가족, 다른 사람들에겐 회사에서 계약연장을 해주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내 인생 가장 큰 거짓말이다. 내가 뛰쳐나왔다곤 도저히 말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 다음으로 큰 거짓말도 이력서와 관련이 있다. 나의 인턴 이력은 거짓이 아닙니다. 이 말을 어디다 해야겠는데 세련된 방법을 몰라서 내 블로그에 허구 이야기를 지어 올렸다. 내 절박함이 내몬 결과라는 건 핑계다. 그 이후론 이 짓을 다신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