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scar goes to …

2020년 2월 10일 오늘을 기록하면서 오스카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기생충이 평생 이불킥 꺼리로 될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이 자랑스럽고 그의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가 자랑스럽고, 우리나라 영화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고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어느 후보가 받아도 태클 걸지 못할 쟁쟁한 후보들을 재치고 4관왕을 거머쥔 것도 기쁘지만 그보다 더 기쁘고 자랑스러운 건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분들과 할리우드 중심부에서 친구처럼 농담도 주고받으며, 어울려 즐기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을 보는 것이다.

축제에 참여한 세계 모든 배우와 감독, 그리고 전세계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오늘밤을 맘껏 기뻐하고 즐겼으면 좋겠다.

2020 오스카상을 수상한 모든 분들, 축하합니다.




추운 날씨가 좋은 순간

오늘 날씨가 많이 춥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한다.

귀가 시리고 손이 얼어붙을 것 같은 겨울 날씨가 좋은 순간이 있다.

바깥에 있다가 실내로 들어갔을 때 온기에 몸이 녹는 느낌이 드는 잠깐의 시간을 좋아한다.

이번 겨울은 추운 날이 드물어서 그런 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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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을 읽고 현타를 맞았다 

어릴 때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본 <빨강 머리 앤>의 원작 소설을 읽었다.

다 읽고나서 코끝이 쌔했다. 내가 아이 하나를 키운 느낌이었다. 앤이 아니라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주머니에 감정이입한 내가 넘 이상해서, 이 느낌은 무엇? 이러고 있다가 나에게 엔만한 아이 하나가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나이가 됐다는 게 더 이상했다.

이 책의 등장인물 모두가 더없이 사랑스럽다. 배경이 되는 에이번리 마을과 초록 지붕 집도 말할나위 없이 사랑스럽다. 에이번리가 캐나다의 지명인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됐는데 우리나라 어느 시골의 ~~리 지명인 줄 알았던 적이 있다.

내가 나이가 더 든다고 해도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주머니처럼 앤을 사랑스럽게 키우고 어른스럽고 지혜로운 말을 할 수 있진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아쉬운 점 하나는 챕터마다 달린 소제목이다. 소제목이 스포일러여서 앤보다 먼저 기뻐하고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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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만든 풍경

병원에 가서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의 심각성을 실감했다.

모든 출입구는 열화상 카메라로 감시되고 있었고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예정된 행사들이 미뤄지거나 취소됐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안타깝다. 하지만 전염병 창궐을 막는 게 우선이다. 그래도 안타까운 건 맞다.

평생에 한 번 뿐일 입학식이나 졸업식, 새터 같은 행사 취소 소식을 보면 더 안타깝다.

외출할 땐 마스크를 꼭 착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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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a crush on someone else everyday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또 새로운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썸을 탄다.

그러다 나중에 좋아하게 된 사람이 더 좋아지면 먼저 좋아하던 사람에게 미안하다.

그렇게 혼자 썸 아닌 썸을 타다가 커밍아웃을 했는데 거절당하면 두 사람 다 잃게 될 것 같아.

거절하더라도 블락은 하지 말아줘.

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