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텔라

인천스텔라 2021. 백승기 감독

죽은 아내가 남긴 우주선 설계도로 제작한 우주선으로 우주 탐사를 간다는 스토리. SF로 보이지만 가족 드라마다. 제목부터 대놓고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키게 하듯 거의 인터스텔라를 오마쥬한 작품이다.

모든 것이 B급이다. CG, 소품, 공간 할 것 없이 모두 B급이다. 배우의 연기도 마찬가지고 배경음악도 그렇다. 고급스러움이나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진지함이 있다고 한다면 B급이어야 한다는 데에서만 보인다. 배우들은 모두 B급 연기에 대가들인지 모른다. 규진 역을 연기한 강소연 배우만 빼고 모두 발연기를 하는 척하는 연기를 하는지, 정말 발연기를 하는지 헷갈리게 연기를 한다. 강소연 배우 혼자 진지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주 공간에서 무중력 연기는 넘 웃겼다. 무중력이 아닌데 무중력인 척하는 뻔뻔스런 능청스럼이 넘 웃겼다. 감독은 온 힘을 다해 B급 영화에 매진하지만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선 가족애라는 걸로 나름 진지해진다.

총 예산이 600여만원이었다고 한다. 적은 예산을 장점으로 만든 작품이 아닌가 싶다. 종이 박스를 시공간이 통하는 웜홀로 , 수동식 기어의 고물 자동차를 우주선으로 사용하겠다는 발상은, 저예산이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천스텔라>는 <인터스텔라>에 과몰입한 영화 감독의 덕질의 좋은 예인가 아닌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별점은 둘 반이지만 반을 더 주고싶다. <인터스텔라> 감독이나 제작진이 이 영화를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별점: ★★★

한줄평: <인터스텔라>에 과몰입한 영화 감독의 덕질의 좋은 예와 안 좋은 예 사이 어딘가

제인 에어 (시공주니어 출판)

제인 에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제인 에어>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께를 보고 놀랐다. 이렇게 두꺼웠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900페이지 정도 됐다. 옛날 소설이지만 무난히 읽혔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빨려들었다. 제인 에어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해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가장 궁금한 건 제인 에어가 누구와 결혼할지, 아니면 아무와도 결혼하지 않을지였다. 세인트 존은 정말 이기적으로 보였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소명을 위해 아내가 되어 달라니! 로체스터도 마찬가지로 보였지만 그에겐 연민이 느껴졌다. 에어가 그와 결혼해 주길 바랐다. 나에겐 에어가 손필트 저택을 떠날 때가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였고 최고의 장면으로 꼽고싶다.

제인 에어가 로쳇스터의 청혼을 거절하고 손필트 저택을 떠나기로 결정한 근거

로체스터처럼 나도 한밤중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간절히 불러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도서관 문학 서가에 꽂혀 있어서 소설이겠거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소설이 아니었다. 좀비를 대하는 저자의 마음이나 태도가 너무나 진심이고 진지해서 이 책을 심심풀이나 재미삼아서 읽는 내가 죄의식 같은 게 느껴질 망정이다. 절반 넘게 읽었는데 도저히 끝까쟈 읽진 못하겠다. 뭔가에 미친 덕후라면 이정도는 돼야겠구나 하는 반성까지 하게 만든 이 책 저자의 덕력에 경의를 표한다.

좀비를 소재로 영화나 소설 같은 창작물을 만들 예정인 작가에게는 이 책은 아이디어의 보고가 될지도 모르겠다. 읽다보면 ‘좀비 영화를 이렇게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번식이 가능한 좀비라든가, 개미나 벌처럼 집단 사회를 이룬 좀비 떼라든가 같은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별점: ⭐⭐

한줄평: 뭔가에 미친 덕후라면 이정도는 돼야겠구나

1주 1영화. 아무도 없는 곳

아트나인 이수. 아무도 없는 곳.

처음 만난 사람에게 넘 깊은 마음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큰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갑자기 훅 들어와서 부담스럽다.

전종관 감독의 전작들은 가볍게 주고받는 진솔한 대화와 서정적인 분위기의 영상이 좋았는데 이번 작품은 대화와 영상이 어둡고 무겁다. 얼굴의 한 쪽 면을 클로즈업한 씬을 많이 본 것 같다. 지은이 분량이 기대보다 작어서 아쉽다.

한 주에 적어도 한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리뷰를 올리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 ★★★

한줄평. 처음 만난 사람의 넘 깊은 마음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게 만든다

기사단장 죽이기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고 산속에 있는 집에 혼자 살게 된 화가에게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 스토리.

내가 읽은 하루키 작품과 조금 다른 스타일이다. 현실과 비현실이 섞여 있다. 중반이 지나도 미스터리한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서 호러물 같았다.

요전에 올린 포스트에 스토리를 잘못 이해한 글이 있는지 몰라도 왜 자꾸 유튜브에 문해력 동영상이 추천되는거지?

2021. 3. 20. 이번주에 읽은 책

신이 찾은 아이들. 존 불 다우 , 마이클 S. 스위니 지음

수단 내전으로 난민이 되어 미국 국적을 얻게 된 저자의 자서전. 저자가 살아온 스토리를 보면 소설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수많은 생사의 갈림길과 굶주림을 이겨온 그의 삶을 보면 그가 말하는 ‘신’이 ‘건저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난민ㅇ으로 인정받고 미국에 정착하는 데 성공하기까지 UN과 미국의 지역사회와 교회의 도움이 컸다고 그가 인정한다. 그런데 이 책에 번역된 ‘신’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인 것 같은데 역자는 왜 신으로 번역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20여년 전 주인공이 10대 때 저지른 완전범죄 살인 사건과 실종 사건에 대해 누군가가 협박한다. 그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시점으로 사건의 실체를 제구성해가는 스릴러다. 반전이 많다. 인물의 시점이 바뀔 때마다 그런 게 아니고 사실은 이런 거였어 하는 식의 반전. 그러다보니 작위적이다 싶은 부분이 있고 읽는 데 좀 지친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려주지 않는 듯한 열린 결말로 다 읽고나서도 찜찜하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천문학자가 쓴 에세이집. 밤하늘의 별을 보는 시간보다 관측자료를 보며 씨름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고 한다. 별을 본다고 하면 왠지 낭만적이거나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데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겐 그럴 수 없다는 게 보인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다가 코킅이 쌔해질 때가 많았다. 천문학자는 우주를 영원히 짝사랑해야 하는 사람 같다. 가닿지도 못하는 별과 행성을 사랑해 평생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할 수 있는 자질이 천문학자의 제 1 덕목일 것 같다. 별 보러 가고 싶다.

2021. 3. 14. 요즘 읽는 것들

기적을 만드는 소녀. 주민센터 도서관에서 대출.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을 어린 아이들이 무찌르는 스토리의 청소년 소설. 설정과 스토리가 귀엽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주민센터 도서관 대출

김초엽 작가의 SF 단편집. 첫 번째 작품(제목은 기억이 안 남)이 제일 좋았다. SF 소재와 스토리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아 보였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애 지음

꿈을 파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라 단편집처럼 읽혔다. 따뜻한 판타지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주민센터 도서관에서 대출.

눈이 멀게 되는 전염병이 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의 묘사가 넘 적나라하다. 모든 등장인물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게 특이하다.

The girl on the train. 주민센터 도서관에서 대출

주인공이 술 먹고 블랙아웃된 날 밤, 실종사건이 벌어지는데 자신이 그 사건에 연루됐다는 걸 알게되면서 기억을 찾아가는 범죄 추리소설. 절반 정도 읽으면 범인이 누구인지 감이 온다. 그래도 재밌게 읽어진다.

아무튼, 술. 주민센터 도서관.

글이 참 찰지다. 살다살다 이런 술드립을 책으로 보게 될 줄이야.

공항에서 일주일을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주민센터 도서관

공항 소유주가 작가를 고용해 글을 쓰게했다는 게 신기하다.

씨네21 1296호.

<미나리>를 보고 영화 글을 읽고싶어서 오랜만에 샀다. 영화글이 읽고싶으면 다른 대안이 없다. <미나리>는 보면서, 아 어떡해. 아 어떡해만 하다가 끝나버렸다. 풀릴라 하면 문제가 닥치고 또 풀릴라 하면 다른 문제가 닥치는 이 가족이 넘 안쓰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