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닌데, 그런 게 아닌데

인스타그램에서 차단당하면 내 팔로잉 리스트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방금 알게됐다.

매일 피드나 스토리에서 보이던 계정이 어느날부터 안 보이기 시작하면 차단을 의심한다.

이 의심을 검증하는 방법은 DM 방에 들어가보거나 계정 ID를 검색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ID가 기억나지 않거나 전에 보낸 DM이 없으면 차단 여부를 알기가 어렵다.

차단당하면 죄인이 된 기분이다.

내가 뭘 잘못했지. 과거를 복기한다.

어제 블로그에 쓴 글이 화근이다.

쥐구멍 안으로 숨고싶다.

난 정말 욕망덩어리다.

실은 나란 인간은, 실제로 만나게 되면 아무도 거절 못할 것 같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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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 좀 데리고 살아줘

누가 나 좀 어장에 가둬줬으면 좋겠다.

본의 아니게 어장 관리를 하게 된다.

어장 관리는 그만하고 싶다.

나와 말만 통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같은 몸매에 예쁜 얼굴의 사람에게 자꾸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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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건진 한 문장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

예술이 예술가에게 주는 느낌은 수학의 증명만큼이나 절대적 진리다. 에드거 엘런 포의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 중에서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외워지는 문장이 있다. 의미를 잘 몰라도 외워지는 문장이 있다. 단 한 번 스쳐 읽었는데 기억에 박제되는 문장이 있다. 이것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다. 책만이 하는 고유의 일이다. 책의 신이 있다면 그의 일이다. 하나님의 일이다. 나에게 한 문장과의 만남이란 이런 것이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제목으로 선정된 단편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을 제외하곤 소설을 읽는 맛이 없었다. 19세기 작품이어서인지, 내용이 잘 와닿지가 않았다. 인문서나 교양서를 읽는 느낌이었다. 좀 어려웠다. 제목으로 선정된 작품은 그럭저럭 괜찮게 읽었다. 열기구를 타고 달에 갔다가 못 돌아온 사람의 편지를 외계인이 전해주면서 시작하는 스토리인데, 19세기 사람이 할 수 있는 상상력이 귀여웠다. 찾아보니 작가가 미국 근대소설의 아버지라고 한다. 미국 근대소설이 뭔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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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9일은 4년에 한 번 돌아온다

2월 29알 오늘은 1년에 하루가 더 주어지는 해의 그 하루다.

4년마다 2월 29알이 돌아올 때마다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번 똑같은 하루를 보낸다.

원래 오늘은 전시회에 가볼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가게 되어서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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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C, D가 쪼롬이


이 동영상이 내 대학 생활의 기억을 소환했다.

내 대학 생활은 자랑스럽게 떠벌릴 만하지 않다. 학점(3.7/4.5)도 높지 않고, 그렇다고 연애에 몰두한 것도 아니다. 다만 1학년 1학기부터 졸업할 때까지 교내 교회 동아리(출판부)에 발을 담갔고, 심심할 때 게임을 만들고 놀았다. 과 동기와 과 선후배는 지금 연락이 닿는 사람은 없지만, 동아리 사람들과는 연락이 닿는다.

학점 관리는 엉망이었던 건 조금 후회된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성적표에 D가 하나 있는데 그걸 왜 재수강 안 했는지. 인생 학점이 최하였던 1학년 1학기에 수강한 일반화학을 D로 받았다. 교수님이 분명 재수강하라고 D로 준 것 같은데 성적표에 A,B,C,D가 쪼롬이 있는 것이 예뻐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두고 졸업했다.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가끔 꿈에 성적표가 나온다.


밑줄 그을 수 없는 문장들 <잊기 좋은 이름>

나중에 혹시 김애란 작가님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연필 하나를 선물해 드려야지.

책 읽을 때 연필로 밑줄 긎기를 좋아한다는 작가님에게 어떤 연필이 좋을까 생각해보니 4b 연필이 좋을 것 같았다. 어떤 문장은 두껍게, 어떤 문장은 얇게, 문장이 주는 감흥에 따라 채도와 두깨가 다른 선을 긋기에 가장 용이할 것 같은 4b 연필.

<잊기 좋은 이름>은 가느다란 선으로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들로 가득하다. 어느 한 문장을 굵은 선으로 밑줄 긋기 시작하면, 다른 문장들이 서러워할 것 같아 공평하게 똑같은 두께의 선으로 그어주어야만 할 것 같은 문장들이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난 눈으로만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연필을 손에 잡은 지도 오래지만 한 문장에 밑줄을 긋는 행위가 고난도의 곡예가 돼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손글씨 쓰기를 중단한 게 넘 후회된다.

연필 한 자루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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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데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시즌1부터 정주행한 <워킹 데드>를 시즌8 ep8까지 왔다. 오늘은 빌런 네간이 죽었다. 시즌이 거듭되는 동안 많은 등장인물이 죽음으로 하차했다. 그럴 때마다 아쉽고 작가진에게 배신감마저 들었다. 극중에서 스티븐 연이 죽었을 땐 정말 더이상 안 볼려고 했다. 그 결과로 언젠가부터 누구누구 죽으면 더이상 안 볼거야. 이런 마음으로 다음화를 보고있다. 지금은 칼 죽으면 안 볼거야. 이런 마음으로 본다. 그런데 네간은 달랐다. 네간은 죽기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죽으니까 엄청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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