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성경 읽기 #1 누가복음 18장 18~27절


성경공부나 설교 후기를 써야겠다. 그동안 틀렸다고 비난받을까봐 머릿속에만 남겨뒀었다. 설교나 성경에 대한 비평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조심스럽다. 교회엔 자기 주관을 가지고 보이는 것을 금하는 문화가 있다. 만민중앙교회.담임목사 상습 성폭행 사건이 20년만에 드러난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하기 어렵다. 일개 평신도 개인의 사적인 생각을 쓰려다 너무 크게 벌인 것 같다. 지금부터 쓸 글에 너무 무섭게 달려들지 말아달라.

나는 성경공부란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경읽기 토론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공부라고 하면 웬지 성경 읽기에 정답이 있고 정답만 말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 모임의 참여자들은 틀린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교회가 원하는 또는 정해놓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는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너의 생각에 일리가 있어. 그렇게 읽을 수도 있어 라는 반응보다 너는 틀렸어. 그렇게 읽으면 안 돼 같은 반응이 먼저 느껴진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괜히 밉다. 나에겐 교회 모범신자 알러지가 있다. 

18. 어떤 관리가 물어 이르되 선한 선생님이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19.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 일컫느냐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선한 이가 없느니라 20. 네가 계명을 아나니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 증언 하지 말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였느니라 21. 여짜오되 이것은 내가 어려서부터 다 지키었나이다 22.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이르시되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하시니 23. 그 사람이 큰 부자이므로 이 말씀을 듣고 심히 근심하더라 24.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이르시되 재물이 있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25.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하시니 26. 듣는 자들이 이르되 그런즉 누가 구원을 얻을 수 있나이까 27. 이르시되 무릇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은 하실 수 있느니라

누가복음 18장 18-27절

어제 교회에서 성경공부 본문이다. 본문에 나오진 않지만 엄친아 니고데모가 예수님에게 영생의 방법을 묻고 예수님이 답해주는 이야기다. 나는 예수님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교회에서 배운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영생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으면 죄에서 구원받는다고 가르친다. 십자가 죽음과 부활 외에 더 많은 교리가 있지만 이것이 핵김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전재산을 가난한 자에게 주라는 단서를 단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구원 교리가 틀린 건가. 구원은 행위가 아닌 믿음에서 온다고 배웠는데. 이런 의문이 저절로 생겨나게 하는 본문이다.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정답을 어렵게 꼬아서 말해줬다. 진짜 너무 알고싶어 찾아온 한 젊은이를 예수님이 비꼰 것같이 보인다.

<검사내전> 법을 고발하다


성경공부나 설교 후기를 써야겠다. 그동안 틀렸다고 비난받을까봐 머릿속에만 남겨뒀었다. 설교나 성경에 대한 비평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조심스럽다. 교회엔 자기 주관을 가지고 보이는 것을 금하는 문화가 있다. 만민중앙교회.담임목사 상습 성폭행 사건이 20년만에 드러난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하기 어렵다. 일개 평신도 개인의 사적인 생각을 쓰려다 너무 크게 벌인 것 같다. 지금부터 쓸 글에 너무 무섭게 달려들지 말아달라.

나는 성경공부란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경읽기 토론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공부라고 하면 웬지 성경 읽기에 정답이 있고 정답만 말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 모임의 참여자들은 틀린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교회가 원하는 또는 정해놓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는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너의 생각에 일리가 있어. 그렇게 읽을 수도 있어 라는 반응보다 너는 틀렸어. 그렇게 읽으면 안 돼 같은 반응이 먼저 느껴진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괜히 밉다. 나에겐 교회 모범신자 알러지가 있다. 

18. 어떤 관리가 물어 이르되 선한 선생님이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19.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 일컫느냐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선한 이가 없느니라 20. 네가 계명을 아나니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 증언 하지 말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였느니라 21. 여짜오되 이것은 내가 어려서부터 다 지키었나이다 22.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이르시되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하시니 23. 그 사람이 큰 부자이므로 이 말씀을 듣고 심히 근심하더라 24.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이르시되 재물이 있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25.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하시니 26. 듣는 자들이 이르되 그런즉 누가 구원을 얻을 수 있나이까 27. 이르시되 무릇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은 하실 수 있느니라

누가복음 18장 18-27절

어제 교회에서 성경공부 본문이다. 본문에 나오진 않지만 엄친아 니고데모가 예수님에게 영생의 방법을 묻고 예수님이 답해주는 이야기다. 나는 예수님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교회에서 배운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영생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으면 죄에서 구원받는다고 가르친다. 십자가 죽음과 부활 외에 더 많은 교리가 있지만 이것이 핵김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전재산을 가난한 자에게 주라는 단서를 단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구원 교리가 틀린 건가. 구원은 행위가 아닌 믿음에서 온다고 배웠는데. 이런 의문이 저절로 생겨나게 하는 본문이다.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정답을 어렵게 꼬아서 말해줬다. 진짜 너무 알고싶어 찾아온 한 젊은이를 예수님이 비꼰 것같이 보인다.

<몬스터 호텔 3> 미취학 아동과 같이 보자


몬스터 호텔 시리즈의 주인공 드릭은 전편까지 자기가 원하는 결말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1, 2편 모두 드릭이 그의 딸 마비스가 벌려놓은 일을 막으려다 실패하는 이야기였다. 1편에서 마비스가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인간 남자친구 조니를 헤어지게 하려다 실패했고, 2편에선 마비스 몰래 손자 데니스에게 벰파이어 교육을 시키려다 실패했다. 아니다. 2편은 실패라 보기엔 쫌 애매하다. 데니스에게 뱀파이어 끼가 나타났으니까. 이번 3편은 다르다. 마비스가 일을 벌이며 시작하고 마비스 모르게 드락은 크루즈 선장 에리카와 결혼하려는 미션을 세우고 매진하는 뼈대는 같지만 드락이 미션을 완수하는 결말은 다르다. 1, 2편처럼 조연 몬스터들의 깨발랄은 여전하다. 드릭과 그의 가족의 러브 스토리보다 디테일한 잔재미가 좋다. 예를 들면 마늘을 먹으면 방구가 즉석에서 나오는 장면이 웃게 해준다. 어린 아이들의 웃음 지뢰밭이 어른에게도 작용한다는 것이 이 시리즈의 특기다. 호텔 밖으로 나간 드릭 가족은 옷도 많이 갈아 입는다. 이전 편에서 호텔 유니폼처럼 입던 드릭의 검은 망또를 벗기고 다른 옷으로 갈아 입힌다. 마비스와 조니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전부 한가지 옷만 입었던 것 같다. 그냥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른 눈높이에서 위험하게 보이는 장면은 단점이다. 커플로 나오는 조연 몬스터 중에 두 투명 몬스터는 성차별적이다. 똑같이 투명인데 남자에게는 안경만 씌우고 여자에게만 옷을 입힌다. 다음 편에서는 둘 다 입히던지 둘 다 벗기자.

>

>

<비하인드 도어> 멀쩡한 남자를 경계하라. 공포는 모든 것이 최적으로 보일 때 급습한다.


완벽한 남자, 완벽한 결혼이라고 추켜세울 때 알아봤어야 했다. B. A. 패리스의 장편소설 <비하인드 도어>는 꿈에 그리던 남자와 결혼한 한 여자의 지옥도를 그린 감금 스릴러다. 결혼 이후 여자가 후대폰도 없고 이메일도 남편과 공유한다고 했을 때 뭔가 낌새가 오기 시작했는데 지옥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지옥도의 끔찍함은 생생한 현실감에서 온다. 멀쩡한 외모와 높은 명성의 가정폭력 전문 변호사가 실은 폭력과 감금의 공포를 쾌락으로 느끼는 사이코패스이고 남부럽지 않은 전원주택이 실은 탈출해야 하는 감옥으로 변하는 데서 온다. 그래서 주인공 그레이스의 실상은 독자 외에 아무도 모르는 오롯이 그 혼자만의 것이다. 이 외로움과 무력감, 남자의 반전 캐릭터가 상상속의 픽션으로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최근의 안희정 사건과 재판이 오버랩 되어서였다. 다행인 것은 소설의 앤딩은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다. 내가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큰 이유다.

>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현직 판사 문유석의 에세이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다가 접었다. 안희정 재판 판결 이후로 그의 글이 읽히지 않는다. 불의를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그가 있는 법정과 안희정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정의 괴리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자기기만 같았다. 세월호 사건이 죽어가는 아이들을 정부가 방조한 범죄라면 안희정 무죄 판결은 법조계의 방조 범죄다. 이 책을 다시 열어볼 날이 오길 기다린다.

>

<킬링 디어> 싸이코패스 스릴러 라고 해도 반박불가


클라이막스 한 장면의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 모든 인물과 설정, 씬들이 복무한다. 막다른 길목에 내몰린 한 인간의 이기적인 선택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그의 죄책감을 덜어주려는 그 한 씬 안에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인간 이성의 혐오와 비관이 보인다. 요르고스는 <킬링 디어>의 모든 인물들에게, 누가 더 이기적이고 멍청해질 수 있는지 경연을 붙이고 멀찍이 떨어져 뒷짐을 쥔다. 이 이기심 경연에 아이들은 예외가 아니다. 마틴을 필두로 의사 부부의 두 자녀도 한 몫씩 거든다. 사실 이기심은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강하고 무섭다. 마지막 선택을 운에 맡기려는 듯 보이는 스티븐의 선택도 이기적이다. 배려한답시고 과녁이 될 목표물들에게 포대를 덮어 씌우는데 지기는 왜 안 덮어 쓰는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다. 결국 스티븐이 원하는 선택을 한 것과 같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스티븐 ㅈㄴ 나쁜 새끼. <킬링 디어>의 판타지는 마틴이 담당한다. 마틴의 신탁 대사 몇마디로 이 영화의 세계는 판타지가 된다. 그의 신탁만 도려낸다면 이 영화의 장르는 싸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스릴러가 될 것이다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속 세계는 리얼과 판타지의 경계 어딘가에 걸쳐 있다. 나는 주요 공간 중 히나인 병원이 넘 초현실적으로 보였다. 대형병원에 등장인물 외엔 사람들이 안 보이고 빈 공간이 넘 널따랗다.

>

>의 모든 인물들에게, 누가 더 이기적이고 멍청해질 수 있는지 경연을 붙이고 멀찍이 떨어져 뒷짐을 쥔다. 이 이기심 경연에 아이들은 예외가 아니다. 마틴을 필두로 의사 부부의 두 자녀도 한 몫씩 거든다. 사실 이기심은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강하고 무섭다. 마지막 선택을 운에 맡기려는 듯 보이는 스티븐의 선택도 이기적이다. 배려한답시고 과녁이 될 목표물들에게 포대를 덮어 씌우는데 지기는 왜 안 덮어 쓰는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다. 결국 스티븐이 원하는 선택을 한 것과 같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스티븐 ㅈㄴ 나쁜 새끼. <킬링 디어>의 판타지는 마틴이 담당한다. 마틴의 신탁 대사 몇마디로 이 영화의 세계는 판타지가 된다. 그의 신탁만 도려낸다면 이 영화의 장르는 싸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스릴러가 될 것이다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속 세계는 리얼과 판타지의 경계 어딘가에 걸쳐 있다. 나는 주요 공간 중 히나인 병원이 넘 초현실적으로 보였다. 대형병원에 등장인물 외엔 사람들이 안 보이고 빈 공간이 넘 널따랗다.

>

>의 판타지는 마틴이 담당한다. 마틴의 신탁 대사 몇마디로 이 영화의 세계는 판타지가 된다. 그의 신탁만 도려낸다면 이 영화의 장르는 싸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스릴러가 될 것이다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속 세계는 리얼과 판타지의 경계 어딘가에 걸쳐 있다. 나는 주요 공간 중 히나인 병원이 넘 초현실적으로 보였다. 대형병원에 등장인물 외엔 사람들이 안 보이고 빈 공간이 넘 널따랗다.

>

해도해도 너무한 금사빠, 이것은 병이다


이것은 나의 고질병이다. 어쩌다 가끔 증세가 나타나 나를 못살게 군다. 어제 그러니까 28일 오후 5시경부터 재발했다. 고속버스 터미널 버스정류장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그녀와 마주쳤다. 이것이 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생전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맞은편 방향에서 건너오던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어떤 여자와 어쩌다 시선이 마주쳤다. 넘 예뻤다. 수없이 많이 겪은 상황인데 뇌성이 안된다. 아직 생각난다. 이건 병이다.

<공작>의 시강


전자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생긴 버릇이 있다. 서점에 가서 읽은 책의 실물을 보고 만져보는 일이다. 크기와 두께는 어떤지, 얼마나 무거운지, 종이질은 어떤지, 인쇄된 본문의 폰트와 크기는 어떤지, 띠지는 있는지, 여러가지를 확인해야 그 책을 읽은 기분이 든다. 이 루틴을 하지 않으면 뭔가 기분이 찜찜하다. 근래엔 종이채에서 확인해보는 것이 하나 더 추가됐다. 전자책으로는 알 수 없다. 그건 몇쇄나 찍었는지에 대해서인데 종이책에만 나온다. 이 숫자를 보고 작가는 돈을 많이 벌었겠군, 아니면 밥은 먹고 살아야할 텐테.. 하는 괜한 오지랖을 떤다. 오늘 본 책은 x쇄의 x가 두자릿수가 넘는 큰 수였다. 사실 많이 부러웠다. 나도 책 한 권 내고 싶다. 교보문고 강남점에 가면 풀바셋 커피를 먹고 오는데 오늘은 참고 그냥 왔다. 아래 사진의 두 책은 읽고 싶어서 찍어왔고, 최은영 작가님의 <내게 무해한 사람>은 앞부분만 읽다 왔다. 나는 서점에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하거나 다 못읽으면 사들고 와야하기 때문이다.

>

>

>

전자책으로 알 수 없는 것들


전자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생긴 버릇이 있다. 서점에 가서 읽은 책의 실물을 보고 만져보는 일이다. 크기와 두께는 어떤지, 얼마나 무거운지, 종이질은 어떤지, 인쇄된 본문의 폰트와 크기는 어떤지, 띠지는 있는지, 여러가지를 확인해야 그 책을 읽은 기분이 든다. 이 루틴을 하지 않으면 뭔가 기분이 찜찜하다. 근래엔 종이채에서 확인해보는 것이 하나 더 추가됐다. 전자책으로는 알 수 없다. 그건 몇쇄나 찍었는지에 대해서인데 종이책에만 나온다. 이 숫자를 보고 작가는 돈을 많이 벌었겠군, 아니면 밥은 먹고 살아야할 텐테.. 하는 괜한 오지랖을 떤다. 오늘 본 책은 x쇄의 x가 두자릿수가 넘는 큰 수였다. 사실 많이 부러웠다. 나도 책 한 권 내고 싶다. 교보문고 강남점에 가면 풀바셋 커피를 먹고 오는데 오늘은 참고 그냥 왔다. 아래 사진의 두 책은 읽고 싶어서 찍어왔고, 최은영 작가님의 <내게 무해한 사람>은 앞부분만 읽다 왔다. 나는 서점에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하거나 다 못읽으면 사들고 와야하기 때문이다.

>

>

>

단편 소설, 이건 다 뚜이 때문이야


개학 후 두번째 일요일이었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온 재석은 거실 쇼파에 널부러졌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양팔을 휘휘 저어 TV 리모콘을 수색했다. 몸의 직감은 정확했다. 몇초 걸리지 않아 묵직한 것이 손 안에 감겼다. TV 리모콘이었다. 전원을 켜고 본능적으로 채널을 돌리다 멈췄다. 런닝맨 본방이 방송되고 있었다. 재석은 원래 이 시간에 집에 오면 늘 1박 2일을 보곤 했다. 오늘 채널을 돌리다 런닝맨에서 멈춘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게스트로 출연한 에이핑크 멤버 나은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그순간 초단위로 돌아가던 TV의 채널과 맞아 떨어진 것이다. 나은의 덕후인 재석에게 내린 우연의 선물이었다. 재석은 망연히 빠져들었다. 다른 멤버들에게 쫒기고 쫒으며 숨을 헐떡이고 깔깔대는 나은을 보는 재석의 마음은 충만한 덕심으로 은혜로웠다.

대게 이런 일상의 은혜로움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언제나 이를 시기한 악마가 훼방을 놓는다. 그날의 훼방꾼은 명수였다. 명수는 같은 과 동기다. 재석과 명수는 신입생 오티 때 처음 만나 단짝이 됐다. 정확히 말하면 단짝은 아니다. 명수에게 재석은 없어선 안 될 친구이고 재석에게 명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친구다. 말하자면 암묵적 갑을 관계를 맺고 있었다. 명수는 재석에게 뭔가를 얻어야 할 때 카톡을 보냈다.

과제는 다 했냐?

명수가 보낸 이 한줄의 카톡은 평온했던 일요일 밤을 깨뜨렸다. 재석은 답톡을 즉각 보냈다.

무슨 과제??

재석이 보낸 톡 앞에 붙어있던 숫자 1은 즉각 0으로 바뀌었다. 재석 역시 폰 화면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명수가 다시 답톡을 단답형으로 보냈다.

자료구조 수업

큰일났다. 재석은 그제서야 생각났다. 오늘밤 자정까지 조교 이메일로 제출해야 할 과제를 잊고 있었다.

아니.

재석이 톡을 보내자 명수는 바로 반응했다.

헉. 너답지 않게 뭐냐? 다 하면 톡으로 보내라.

늘 이런 식이다. 명수는 재석의 과제를 베껴서 낸다. 이번엔 명수가 아니었다면 과제를 못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재석은 처음으로 명수의 존재를 감사했다.

재석은 착실한 대학생이다. 과제를 잊어 빼먹거나 시험 범위를 착각하거나 해서 망친 과목이 없었다. 과제가 나오면 미루지 않고 재깍 해치우는데 오늘 같은날은 처음이라 재석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재석은 몰랐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