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반려묘 에세이를 읽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해


반려견이나 반려묘 에세이는 읽기 전에 약간의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이들 에세이를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등장하는 고양이와 강아지에 정이 들어버린다. 정이 들면 헤어지는 게 두렵다. 그리고 고양이와 강아지가 대부분 병환이나 노화로 죽게 마련.

그래서 책을 열기 전 속으로 주문을 왼다.

정들지 말자. 정들지 말자. 정들지 말자. 

이것이 준비운동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준비운동의 효과는 없었다.

글과 사진을 읽어갈수록 마음이 몽글몽글 데워졌고 전혀 예상치못한 할머니의 죽음 예고 앞에선 페이지를 넘기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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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신이 임했는지 밥집앞 고양이님이 공손히 모델이 돼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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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기다린 정답 공개


어제 퀴즈 정답은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이다.

재미는 없지만 그럭저럭 읽을 수 있었다.

도쿄에서 살고있는 오사카 출신 작가가 어릴적 고향의 추억이나 오사카 사람들을 보는 편견과 그로인한 소소한 고충을 귀엽게 토로하지만 그속에는 오사카부심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막 재밌게 읽지못한 이유는 오사키와 일본의 토속문화나 사투리 같은 것들을 우리말로 옮기다보니 잘 와닿지 못해서인 것 같다. 

번역하는 데 애먹었겠다싶어 다 읽고나서 역자 프로필을 봤는데 불문학 전공자여서 놀랐다.

세상엔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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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완독


새해 완독한 첫 책은 이소영 작가의 < 미술에게 말을 걸다 >가 됐다. 이 책으로 나의 미술 소양이 깊어졌는지는 잘모르겠다. 다만 모르던 작가와 작품을 알게됐고 작가와 작품의 뒷이야기를 좀더 알게됐다. 전시회에 가면 같이 간 동행자에게, 이 그림은 말이지.. 하면서 그럴싸한 허풍 아닌 허풍을 떨 꺼리도 좀더 생겼다. 그거면 됐다. 미술에게 말을 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는 작가에 동의한다. 그보다 어렵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은 미술로부터 말을 듣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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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충동구매 뿜뿜


서점에 오면 예정에 없던 짓을 많이 한다. 그중에 위시리스트에 없는 책을 사는 충동구매는 가장 흔한 일이다. 그래픽 노블 반 고흐는 그렇게 내 손에 들어왔다. 씨내21 최신호를 사러 서점에 들린 날 반 고흐는 운명처럼 내 눈에 들어왔다. 매대엔 딱 한 권만 남아 있었다.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살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언젠가 필름클럽에서 혜리 기자님이 소개한 고흐 책이 이 책인가 하는 기억이 떠오르자 얼른 집어들었다. 그런데 오늘 서점에 와보니 매대에 수권이 꽂혀있다. 내가 본 고흐 책 중에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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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멀쩡한 남자를 경계하라. 공포는 모든 것이 최적으로 보일 때 급습한다.


완벽한 남자, 완벽한 결혼이라고 추켜세울 때 알아봤어야 했다. B. A. 패리스의 장편소설 <비하인드 도어>는 꿈에 그리던 남자와 결혼한 한 여자의 지옥도를 그린 감금 스릴러다. 결혼 이후 여자가 후대폰도 없고 이메일도 남편과 공유한다고 했을 때 뭔가 낌새가 오기 시작했는데 지옥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지옥도의 끔찍함은 생생한 현실감에서 온다. 멀쩡한 외모와 높은 명성의 가정폭력 전문 변호사가 실은 폭력과 감금의 공포를 쾌락으로 느끼는 사이코패스이고 남부럽지 않은 전원주택이 실은 탈출해야 하는 감옥으로 변하는 데서 온다. 그래서 주인공 그레이스의 실상은 독자 외에 아무도 모르는 오롯이 그 혼자만의 것이다. 이 외로움과 무력감, 남자의 반전 캐릭터가 상상속의 픽션으로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최근의 안희정 사건과 재판이 오버랩 되어서였다. 다행인 것은 소설의 앤딩은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다. 내가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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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현직 판사 문유석의 에세이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다가 접었다. 안희정 재판 판결 이후로 그의 글이 읽히지 않는다. 불의를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그가 있는 법정과 안희정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정의 괴리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자기기만 같았다. 세월호 사건이 죽어가는 아이들을 정부가 방조한 범죄라면 안희정 무죄 판결은 법조계의 방조 범죄다. 이 책을 다시 열어볼 날이 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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