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2019 결산


나의 지난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본다면 아래 문장이 아닌 문장은 떠오르지 않는다. 

꿈돌이로 시작해 꿈돌이로 끝났다.

서로가 간절히 원해도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이루지 못한다. 원하는 그것이 사랑이더라도.

나의 지난 한 해는 이것을 저항하다가 끝내 받아들인 해였다.

당신이 힘들면 포기해도 괜찮아요. 

난 이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새해 첫 실패


새해 읽기 시작한 첫 책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을 1/4 정도에서 끝까지 읽기를 포기했다.

주민센터 도서관 신착 서가에서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인데 내용이 어렵고 재미가 없다.

장르는 SF, 판타지 문학 비평이다. 다루는 작가와 작품이 C.S 루이스 빼고는 전부 내가 모르는 이름과 제목들이다.

내게 어려운 문학 비평서인 줄 알았다면 고르지 않았을 텐데. 제목만 보고 고르니 이런 책도 손에 잡게 된다.

그러나 신착 도서 서가에서 제목만 보고 고르는 나의 이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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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새해 결심


새해부터 블로그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가능한한 최소 1일 1글 원칙을 지키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능한한'입니다. 가능하면 말이죠. 대단한 글은 아닐 겁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즉흥적이고 짤막한 글일 겁니다. 큰 동기는 없습니다. 이대로 계속 블로그를 방치해 두면 이전의 블로그처럼 없애버릴 것 같은 생각에서입니다. 뚜웨뉘뚜웨뉘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only love


2000년 3월에 발매된 조수미의 앨범 only love는 내 인생의 앨범 중 하나다. 그해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서울로 왔다. 3개월 수습을 거치고 처음으로 연봉계약서라는 것을 받았고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원룸을 구해 엄마와 살았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객지에 온 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마음에 드는 교회를 찾아 엄마와 거의 매주 근처의 다른 교회를 찾아 다녔다. 새교인이 와도 환영은커녕 눈길 한번 안 주는 교회도 있었다. 몇 교회를 거쳐 새신도로 맞아준 교회는 찾았다. 엄마는 새 교회에 적응해갔지만 ㄴ나는 아니었다. 청년부 모임에 나간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다가와주지 않았다. 어렵게 내가 먼저 한마디 건내면 단답형으로 답하거나 어쩔 줄 몰라했다. 나는 그들과 다른 종족인 것 같았다. 오늘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꼈다. 가까워지려고 하면 정색하며 멀어진다. Only love는 그때 얼마 안 되는 월급으로 산 앨범이다. 교보문고 hottrack 사이트에서 주문하고 기다리던 시간이 생각난다. 그리고 몇달 후 강남으로 이사를 했다.


솔직한 성경 읽기 #1 누가복음 18장 18~27절


성경공부나 설교 후기를 써야겠다. 그동안 틀렸다고 비난받을까봐 머릿속에만 남겨뒀었다. 설교나 성경에 대한 비평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조심스럽다. 교회엔 자기 주관을 가지고 보이는 것을 금하는 문화가 있다. 만민중앙교회.담임목사 상습 성폭행 사건이 20년만에 드러난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하기 어렵다. 일개 평신도 개인의 사적인 생각을 쓰려다 너무 크게 벌인 것 같다. 지금부터 쓸 글에 너무 무섭게 달려들지 말아달라.

나는 성경공부란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경읽기 토론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공부라고 하면 웬지 성경 읽기에 정답이 있고 정답만 말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 모임의 참여자들은 틀린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교회가 원하는 또는 정해놓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는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너의 생각에 일리가 있어. 그렇게 읽을 수도 있어 라는 반응보다 너는 틀렸어. 그렇게 읽으면 안 돼 같은 반응이 먼저 느껴진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괜히 밉다. 나에겐 교회 모범신자 알러지가 있다. 

18. 어떤 관리가 물어 이르되 선한 선생님이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19.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 일컫느냐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선한 이가 없느니라 20. 네가 계명을 아나니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 증언 하지 말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였느니라 21. 여짜오되 이것은 내가 어려서부터 다 지키었나이다 22.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이르시되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하시니 23. 그 사람이 큰 부자이므로 이 말씀을 듣고 심히 근심하더라 24.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이르시되 재물이 있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25.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하시니 26. 듣는 자들이 이르되 그런즉 누가 구원을 얻을 수 있나이까 27. 이르시되 무릇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은 하실 수 있느니라

누가복음 18장 18-27절

어제 교회에서 성경공부 본문이다. 본문에 나오진 않지만 엄친아 니고데모가 예수님에게 영생의 방법을 묻고 예수님이 답해주는 이야기다. 나는 예수님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교회에서 배운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영생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으면 죄에서 구원받는다고 가르친다. 십자가 죽음과 부활 외에 더 많은 교리가 있지만 이것이 핵김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전재산을 가난한 자에게 주라는 단서를 단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구원 교리가 틀린 건가. 구원은 행위가 아닌 믿음에서 온다고 배웠는데. 이런 의문이 저절로 생겨나게 하는 본문이다.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정답을 어렵게 꼬아서 말해줬다. 진짜 너무 알고싶어 찾아온 한 젊은이를 예수님이 비꼰 것같이 보인다.

해도해도 너무한 금사빠, 이것은 병이다


이것은 나의 고질병이다. 어쩌다 가끔 증세가 나타나 나를 못살게 군다. 어제 그러니까 28일 오후 5시경부터 재발했다. 고속버스 터미널 버스정류장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그녀와 마주쳤다. 이것이 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생전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맞은편 방향에서 건너오던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어떤 여자와 어쩌다 시선이 마주쳤다. 넘 예뻤다. 수없이 많이 겪은 상황인데 뇌성이 안된다. 아직 생각난다. 이건 병이다.

전자책으로 알 수 없는 것들


전자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생긴 버릇이 있다. 서점에 가서 읽은 책의 실물을 보고 만져보는 일이다. 크기와 두께는 어떤지, 얼마나 무거운지, 종이질은 어떤지, 인쇄된 본문의 폰트와 크기는 어떤지, 띠지는 있는지, 여러가지를 확인해야 그 책을 읽은 기분이 든다. 이 루틴을 하지 않으면 뭔가 기분이 찜찜하다. 근래엔 종이채에서 확인해보는 것이 하나 더 추가됐다. 전자책으로는 알 수 없다. 그건 몇쇄나 찍었는지에 대해서인데 종이책에만 나온다. 이 숫자를 보고 작가는 돈을 많이 벌었겠군, 아니면 밥은 먹고 살아야할 텐테.. 하는 괜한 오지랖을 떤다. 오늘 본 책은 x쇄의 x가 두자릿수가 넘는 큰 수였다. 사실 많이 부러웠다. 나도 책 한 권 내고 싶다. 교보문고 강남점에 가면 풀바셋 커피를 먹고 오는데 오늘은 참고 그냥 왔다. 아래 사진의 두 책은 읽고 싶어서 찍어왔고, 최은영 작가님의 <내게 무해한 사람>은 앞부분만 읽다 왔다. 나는 서점에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하거나 다 못읽으면 사들고 와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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